우리들의 냄새 2호선 지하철이다. 들어서자 빈 자리가 있다. 왠 일인가 하고 앉으려고 하다 발이 멈춘다. 제일 갓자리에 노숙자 한분이 고개를 푹 수구리고 자고 있다. 한 자리 넘어서 부터 사람이 앉아 있다. 나도 사람이라서 인지 주춤거리다가 비켜서고 말았다. 한 칸이 온통 냄새로 가득하다. 세상 냄새는 냄새는 .. 낙서장 2010.04.06
목련화 물에 살짝 적셔 도톰해진 하얀 창호지로 몇겹 싸서 오므려 놓은 목련이 아파트 벽에 기대어 피어 있다. 물이 올라도 아랫쪽이 먼저 일텐데 위쪽부터 꽃이 피었다. 아랫쪽은 몽우리채이다. 햇빛이 먼저 닿는 곳 순서인가...? 사람에게는 아래쪽이 먼저 인가 싶지만 가지는 아니라고 계속 흔들거린다. 낙서장 2010.04.06
"투명인간" 손홍규(2010 이상문학전집 제34회) 아버지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의식을 형상화 어머니와 나, 여동생은 아버지의 생일을 앞두고 의기투합 한다. 즉 생일선물로 아버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로 한것. 아버지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숙고하다 "눈을 마주치지 않기" "몸을 부딪혀도 모른채 하기" 등의 방법을 생각해 낸다. 드디어 생일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가족을 보고 반가워 하지만 아무도 그의 존재를 받아주지 않는다. 연극이 시작되었다. 가족의 반응이 재미있어 하는 아버지는 연극에 기꺼이 동참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양쪽의 신경전이 팽팽히 맞서고 어느쪽도 먼저 항복하기 싫어한다. 곧 아버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에 익숙하여진 가족을 일요일 아버지는 간편한 차림으로 외출을 하고 아버지가.. 나의 여행 2010.03.24
정지를 주문하다. 때와 장소, 말과, 행동, 보고,듣고, 먹고, 생각하는 것들에서 멈추어야 할 것들이 셀 수도 없이 참 많기도 하다. 어릴적엔 깊은 물가에 가지 말라고 정지를 받았다. 총각때는 장가 가기전에 여자를 조심하라고 정지를 받았다. 지금은 나에게 말하여 주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내가 정지를 말한다. 나이가.. 살며 생각하며 2010.03.22
UCC 늦잠이다. k는 출근을 위해서 서두른다. 가장 짧게 하는 코스로 아침 출근 프로세스를 잡는다. 화장실, 식사, 옷 갈아입기, k의 아내가 함께 서두른다. 그리고 뛴다. 이불도 그대로 놓았다. 수염도 못 깎았다. 구두신고 뛰기란 힘이 많이 든다. 걸어서 8분거리에도 숨이 헉헉 거린다. 지하철로 뛰어 내려.. 낙서장 2010.03.19
암묵의 약속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전에 서로 붙어있는 가까운 지역이었다. 두 지역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선물도 전하고 친구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두 지역을 주민의 뜻과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적대국이 되었고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서로 총을 겨누는 악연이 되어버렸다. 어느 총알이 빗.. 살며 생각하며 2010.03.15
어떤 감사 종교 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CEO에 오른 분이 있었습니다. 회사일이 일취월장하여 사업능력도 경제력도 좋아졌습니다. 집안도 풍족하고 어려움이 보이지 않음이 눈에 보였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까지도 풍성함 속에서 자라 표정이 달라 보였지요. 그의 아내와 자식들까지 독실한 신앙을 가져, 온 가족.. 살며 생각하며 2010.03.14
지팡이 예배 시작이 얼마남지 않는 시각이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길다란 앉은 의자가 양쪽으로 놓여 있는 사잇길을 통해 이리저리 둘러 보시며 뒤에서 부터 앞으로 천천히 나오신다. 누구를 애타게 찾는 모습이시다. 의례 안내자가 있어 할아버지 앞으로 다가가서 여쭙는다. 할아버님 누굴 찾으세요..? 응 내.. 살며 생각하며 2010.03.14
화석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실 처음 버려져도 무방한 쪼각이었다. 그 옛날 뭔가가 그 안에 살아 있어서 꿈틀거리는 것이 있단다. 버려져도 관심조차 없을 생명 긴 세월이 어떻고, 지금보니 어떻고...... 돌쟁이는 결코 버리지 않고 그 속을 빛처럼 깨고 공룡시대로 돌아 가 난초 이파리가 새겨진 돌을, 모세가 .. 낙서장 201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