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49

난 누구일까

손자와 시간이다 내방을 찾아와서 할배 그림자를 뒤져보는게 그가 벌이는 재미다 차이가 난다거나 어떤 다른 느낌이 있거나 할 쯤에 그는 하나 씩 물어온다 나는 책을 많이 읽으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답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심심해 진다'고 그가 어디만큼 와 있는지 성장을 알게 한다 욱이는 '누구게'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지면 엄마 아빠 아들, 엄마 아빠도 없어지면, 또 이모도 친구도 다 없어지고 나면 욱이는 누굴까? 나무하고 욱이하고 바위하고 욱이하고 그가 고개를 묻는다 내 쪽에 울고 있다 다 없어진다고 해서 다 없어지면 욱이는 누굴까 몰라 그래 욱이하고 누구하고 누구하고 서로 연결되는 걸 관계라고 해 관계가..

가족 이야기 2022.10.11

시크릿 포도

ㅡㅡㅡ (2학년 때 사진이다) 3학년에 오르자 우크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쉬웠던 산수가 어려워진 수학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학교 수업 일 수의 부족을 온라인으로 때우는 상황에서 엄마가 아니면 수학은 아마도 산수로 도로 돌아갈 뻔했다 엄마가 초딩 때 수학시간이면 궁둥이가 들썩거린다고 담임 선생님 한테서 이야기를 들었다 수학 점수가 말이 아니었다 아내는 그걸 알아차리고 육학년 때 4 학년 수학을 학원에 딸을 맡겼다 책임지고 바닥부터 시작해 달라고 부탁했다 창피 무릅쓴 결과는 수학이 제일 쉬운 과목이 되었고 다른 과목에 집중하게 되어 쉽게 쉽게 앞서 나갔다 그 경험을 딸은 아들 우크에게 전수하고 있다 수학에 완벽한 아들로 기르고 싶은 그 마음을 알고 있다 전 주에 집메 왔을 때 우크는 말했다 '갈수록 ..

가족 이야기 2021.11.20

땅의 족보

ㅡㅡㅡ 어머니 그 논은 집사람 앞으로 할래요 그래라 순간 아쉬움이 눈을 떠난다 아내의 고생에 답을 하려고 이름을 작은 땅에 붙였었다 짜구로 땅을 찍어 개간하던 주인과 머리에 밥과 막걸리를 이고 셋참을 가지고 가시던 여인을 사랑한 논은 오늘을 끝으로 주인 계보를 떠나야 한다 박 사법서사가 양쪽에 도장을 찍으라고 내 놓은 서류에 아내가 보인다 그래 찍어요 어서 당신것이잖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과 들판 놀러갔다가 논을 일구시던 한 여름 뙤약볕의 아버지를 만났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에게 천아 어서 집으로 가거라 해 떨어지기 전에 해는 중천이었다 아내가 나의 눈치를 살짝 살핀다 잘 했어요 입금 처리까지 다 끝났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열차는 미끌리고 창문에 눈물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일군 논이었다..

가족 이야기 2021.06.23

산 벚꽃 필 때

ㅡㅡㅡ 태양이 두 번의 동안거를 지낸 봄날 손위 동서 뒤를 따라 올랐었던 영락의 동산 천길 낭떠떨어지 아래에 둥근 세상 떼어 놓고 네모난 세상에 들어가신 형님 이승에서 기억할 날 하나 남겨 두셨지요 푸른 언덕 머리 앞엔 영원히 거할 집 천국 번지와 새 명찰을 달아 드렸더니 년에 한 번 인사도 고맙다고 올 때는 쇠주 한 병은 꼭 챙겨 오라 하시네요 지금도 다정한 이름은, 이름 두 자 아닌 형님 팔씨름 하던 그 힘 어디에 두고 불끈 한 번 일어나 보소서 이런 저런 시름 다 잊으시더니 이제 능청떨던 말씀조차 잊으신게요 형님 뒤에 두고 떠나오던 모퉁이 길 옆에 산 벚꽃 되어 환희 웃으시며 나 여기 있다 하시던 형님 벌써 두 칸을 벌린 봄이 왔습니다 내년 산 벛꽃 필 때는 소주 두 병 차고 멸치 한 줌 가지고 예..

가족 이야기 2021.04.07

바톤 텃치

ㅡㅡㅡ 사이버 세상 덕으로 가만히 앉아서 아프리카 동물의 세계를 보며 즐기는 세상이 되었다 남자들은 은근히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는 편이다 그들을 보는 관점도 누구나 차이점을 가지고 있고,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보니 당연한 것처럼 보기도 하고 약자편에서 살아남는 쾌거를 보며 즐기기도 한다 어쩌면 어려서부터 어른이 되고 나이들어 죽는 과정을 살피기를 좋아할 수 있다 사자들을 보면 어린 새끼를 정성껏 키워 성장시킨 후 사냥의 방법을 가르친다 사냥을 알게 되면 서로 독립적인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좀 더 지나면 아비와 영역 다툼을 하게 된다 아비가 가진 경험을 훔쳐보면서 봄 여름과 가을 겨울의 사냥 포인트를 배우고 차근 차근 아비로부터 그 영역을 빼앗는다 이제 힘을 잃은 아비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한 쪽 구석으로 ..

가족 이야기 2021.03.22

할미 XX이 되고 싶은 손자

ㅡㅡㅡ 밖으로 나기려면 내 어께를 끄집어 당기는 녀석 가끔 가는 작은 잔듸 언덕에 올랐다 그가 하는 행동이 하나 있었지 돌 던지기였다 공원 잔듸에 작은 돌이 얼마나 어디에 있으랴 수석 찾듯 어렵게 십 여개를 주워다 주었다 멀리던질까 뭘 맞추기를 할까 잔듸 수제비를 뜰까 퐁당 던져 잔듸 파문을 일으킬까 그는 생각을 던진다 거실 TV 놓인 장 안에는 처음 주택을 샀던 때부터 모으기 시작해서 미술하는 딸 주려고 간직한 오래된 새까만 수석이 있다 몇 천년 수 억년 전 나무, 풀, 꽃, 바다 물고기, 조개 껍질이 바람타고 물결 따라 살고 있다 던지다 갖고 싶은 돌 하나 숨겨와서 수석 옆에 놓아 둔게 보인다 언젠가 할머니는 돌을 좋아하세요 물었다 왜 우크야 답은 없었다 주워 온 돌에는 우크가 들어 있었다 할미 수석..

가족 이야기 2021.02.13

방 이야기

ㅡㅡㅡ 막네 딸이 조용히 방에 들어갔다 나온다 나 시집가더래도 이 방은 비워둬 내가 가끔 와서 자고 갈테니 내 방이니까 욕심 부렸던 말이 가끔 떠오른다 이 방에서 꿈을 제일 많이 꾸었을 것이다 방은 바뀌었다 이제 아버지 방으로 바뀌었다 딸이 사준 물건들이 가득 찼다 옷도 여러벌, 황장품에, 각종 보약에, 비타민제들이 가득하다 비타민 D, 눈 약, 프로폴리스, 비타민 C 좀합비타민, 테라큐민, 감마 E 등 딸이 쓰던 책상, 책장, 사준 아이패드, 핸폰, PC 전기 제품 등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각 방 천장에 붙은 꿈과 지금 내방으로 간직하고픈 어렸던 생각 내 채취, 그리고 .... 그리고 남 몰래 눈물 흘렸던 자기 이야기 아가씨가 아줌마가 된 지금 긴 검은 머리, 예쁜 눈, 하얀 얼굴에 미모 그런 ..

가족 이야기 2020.12.17

올 추석엔

음식 다 준비 됐으니 어서 오세요 박서방에게 문자를 날린다 손자랑 딸래미랑 한 식구 함께 하려 한다 옛 처럼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성들여 손자 좋아하는 것으로 이리 저리 생각했다 할머니 잡채도 해 주실거지요 좋아하는 갈비 입맛이 제법이다 용돈도 할머니 할아버지 해서 일정액 준비해 놓았다 혼자서 열심히 뭔가를 적더니 할머니에게 보란다 글씨 생김새만 들여다 보고 잘 썼네 하고 칭찬하고 끝났다 돌아가고 나서 내용을 보니 아빠에게 하는 주문이 들어 있었다 핵심 두 줄 내용으로 '아빠 추석이니 로봇 사주실거죠 그럼 사 주고 말고 아빠가 좋은걸로 사 주지' 였다 박서방에게 내용을 바로 전달했다 꼭 사 줘야겠네요 한다 언젠가부터 할먼네 오면 글을 쓴다 옛날 재미있는 이야기 라면서 동화를 한편 쓰고..

가족 이야기 2020.10.02

매미 소리

상여가 야산 비탈을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 이것 좀 잡숴 보세요 둘째 손자가 잡아왔어요 어머니는 송사리, 작은 붕어새끼 배 창자 따 내고 소금 조금 넣고 고춧가루에 호박 납작하게 썰어 넣고 조선간장 살짝 넣고 마늘 찧어 넣어 짜잘하게 볶아 놓은 민물 매운 조림을 할머니께 드린다 뭐어? 둘째 손자 매미 라고 그 녀석이 우리집에 크게 될 놈이다 두째를 엄청 좋아하셨다 저애는 뭘 안다고 저리도 슬프게 울까? 집을 벗어나는 상여 뒤에서 계속 우는 나를 향해 어머님 친구 분들이 하셨던 말씀이다 장대빗 속에서 상여는 고개를 넘어 장지에 도착했다 무덤 구덩이 주변에 고랑을 만들어 빗물이 들지 않도록 물길을 돌렸다 관이 내려지고 흙을 덥고 잔듸를 올리고 둥근 무덤에 힌 천을 씌웠다 빗물에 무덤이 허물어짐을 막기 위해서다..

가족 이야기 2020.08.31

울고 또 울고

학교 숙제가 가득하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모두 집안 숙제로 변했다 이 실력으로 다음 학년 오른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학교에서는 이런 점 고려하고 있지를 않는 것같다 오늘 숙제를 마치고 딸이 초딩 2년 아들에게 앞 그림과 글을 보여 주었다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울고 또 울고 울고 또 울고 왜 그래 욱아 할머니는 살아게시잖아

가족 이야기 202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