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323

입는다, 나를

너는 형식을 갖는다 벗는다그러니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부담스러운그때 소리란남에게 들리려, 사실은 나에게 보이려 부르는 노래 아무 상관도 않는원래 너는 천천히 옷을 벗기로 했다이젠 의미로 너의 한 줌과 시간을갖지 못한다, 갖는다너를 부수는 시간을 잊는다 가장 편한 너를 선물하고, 잠으로 고향은 비로소 너를 받는다그 일은 영의 영역에서 벗어 나 있다영원한 영혼 같은 것, 부질없는 발로에 다시 생을 불어넣고자 하는 무의미한 것으로너도 한 때는 그리 원했다물건을 시간을 모아 밀어 넣었다,신경 써 가며가치가 되는 양, 뜻이지금 네 생각은 어때 맞는 것 같아?처음 물음표이다답은 없었다 있었다면 영에게 주는 반항쯤존경받으러 나타난 지팡이라는 말에 속고 있는 거였다한없이 편한, 생각이 사라진내가 비로소 내가 되는처..

시 글 2025.04.03

눈썹만 깜박여도

도서관에서 예약 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다잠깐 망설이다 자리 이야기를 한다아 벌써 시간이...연장을 잊었네요 그러셨군요그대로 사용하세요 제가 다른 곳으로 바꿔 자리를 잡을게요그분은 미래를 갔다 쓰고 있었다아무렇지 않게(억지로는 못하는 일부러도 못하는)새벽에 꿈을 꾸었다 어제의 해가 떠 있었다일어날 시간까지 하루를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과거의 시간을 쓰고 있었다(억지로는 못하는 일부러도 못하는)발만 떼어도 눈썹만 깜박여도 초의 어제과거이거나 미래이거나 현재는 없다살아있다는 게 죽음을 야적장처럼 쌓아가고 있는 것한 번에 치워질 언젠가

시 글 2025.01.04

퍼즐을 꿰다

한 입 나를 가지고 간다그랬다 늘브럭 같기도 하고 퍼즐 같기도 나는 깨어졌다 다시 모이곤 한다나를 가지고 오는 친구들모이면 그때야 꿰어진 내가 된다작품이 된다만나서 뭐할까 해도만나야 내 한 세상을 이뤄주는 친구들나를 가지고 오는친구들에게나도 친구들 한 웅큼씩 들고 가리라친구의 한 줌이 내가 되고 내 한 줌이 친구가 되는 석촌 호수가 되는 점심이다

시 글 2024.12.14

목 부은 컵

공원은 시간을 버는 사람들장군 멍군 두 쪽세력과 집 짓기가 공간을 넓히고 있었다셈 없는 게임은 없어서 하루를 벌어간다아주머니시간 좀 더 넣어 주세요이상하지 않는 이상함이고개를 위아래로 문제란 늘 사람에게 있는 법이라고 철칙 같은오늘은 왜 쓰지 맛이 그녀는 알듯 모를 듯이상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으로스무고개가 턱살을 뺀 일주일호주머니가 비었나 데이트를 말하나시간을 넣는 일이란주머니에 영화관을 집어넣거나번호표가 카페를 쥐는 일아궁이에 불을 더 지피라는 거야한 세월을 벌렸다가머리가 다 빠졌다는 자판기 아주머니귀가 모자라 귓밥을 파는데 내과를 헤매었다나글 쓰세요읽는 게 적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내 영감한테지금은 이 자판기 하나보다 못해요, 셈 잘하는시간 더 넣어 드렸으니 시간 벌어 가세요종이컵 목이 한 모금 ..

시 글 2024.12.01

어제, 현재

걸린 풍경이 가난하다고 생각했어요 펄럭일 때면 바람이 일고 바람이 일면 흔들리는 베에서 살이 빠져나갑니다 손이 빨면 손이 빨리는 가난한 넌 손으로 주물러요 햇빛에 원색이 돌아옵니다(아기 기저귀) 한꺼번에 몰아넣은 부(富) 누나와 동생이 번갈아 입어요 성도 색깔도 분별이 약해져요 중성이 되어갑니다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한ㆍ통ㆍ속 흰색도 검은색도 회색화 되어 가고 건조는 자동 빨랫줄 놀이가 삭제되어 춤사위는 사라질 수 있어요(핸드폰 사용 시간입니다)

시 글 2024.11.19

시간의 체위

누가 망설이게 했나 가는 길에 수북한 그림자 속 나뭇잎이었거나 돌밑 숨을 쉬었을 겨울나기 축축하게 고실로 바뀐 벌거벗은 동물은 계절의 체위를 믿었는지 9월 같은 11월에 상강을 입고 입동에 말라버린 체위 널 놓아버렸네 낭패는 허용, 실패의 언어마저 없는 생태계 누군가의 한 끼 감으로 내 던져준 연체 하나 그 순서의 순환에 밀어 넣어 본다 시각을

시 글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