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339

작가도 내용도 모른다는 사실

여러 도서관을 돌았다그녀를 만나려고꼭 만나야만 할 것 같은왜 그리 조바심이 첫 데이트처럼 두근대던지꼬리 감춘 고양이처럼담배 연기 둥근 원이 떠나가 버린 골목에서야매로 만날 것 같은몇 십장에 그려졌을 네 그림을내가 그려가며아예 과거만 존재도 했다는 너는고물이라는 판매장에 네 배의 무게로올라와 있었다힘들었다 선뜩 걸기에는갈 수록 올리가는 몸 값이지만망설였던 봄 여름 가을초겨울 냉추위 속 그 긴 골목에서맨발로 만날 줄이야들춰보지도 않고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너의 입에 먼저 묻혀 주고 싶어서지나고 다음이 내 차례한 페이지 한 페이지 뜯어보다가널 사면 어떨까도서관 긴 골목 벗어나면 안되겠지목 쭉 빼고서

시 글 2025.12.03

끝내 태어나오지 못한 나

뭔가 있기나 하는 걸까시간이란 정의되지 않는, 보이지도 않는,걸림돌 같은 거아무것도 없지 않기에 없는아직 시작도 못한 얼기설기들세상은 그래 갑자기 이유없이 나타난 거야없는 것끼리 모아지는, 어떤 미동만 있다면사유도 없이 있어야할 그림은 나중에 이름을 붙이지무슨 먼지들은 의미도 뜻도 생각도 없이 날고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러다가어쨌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러다가그런 신화를 일구어 가는아무리 생각해 보아도맨처음 있었던 것은 귀라고그래 음악이 저절로 그 속에 자리를 잡았지생각이 나기 시작한 동기였어그러니까 말이지 바람은 생각에서 나와서 흔들리었어혼자였기에 돌아다니다가 혼자인 걸 알았지연장도 목적도 없이 뭘 만들어야 할 지그런 세상 이었던 거겠지바람은 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뭔가를 알아차렸어생각하고 얼킨거야 생각해..

시 글 2025.11.14

납땜된 침묵

넙땜된 침묵 ㅡ자서전페이지 마지막 호흡이 떨리고 있다맨 끝 장식을 알리는 점 하나 말없이 찍는다진실이 된 뼈들 가운데 이름 있는 것들을 가려 놓고 이들을 녹여 판금으로 종이 위에 새겼다책은 부풀려지지 않았고빈 구석만 늘어났다마모된 뼈들과 아릿한 영상들, 혼자만이 아는 숨김은 기록에 남길 수 없는 사랑의 무게로 폐기되고이렇게 적어 놓은 단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속엣말이었고 중얼거림이었다큰 뼈들이 소리를 질렀다새벽이 되어서는, 그는 얽힌 인연들 앞에 무릎을 접었고마지막 운을 넘겼다잘 계세요, 잘 가두 마디만 속으로 삼키고 있었을 뿐그 하얀 여백이 진실이었을까결국 죽지 않는 것은 어떤 침묵이었을까적어넣지 않음이 거리낌이 된 문장들 어떤 죽지 않는 시어를 골라만 내었을까 책꽃이 안의 ..

시 글 2025.10.18

소용, 했다

하마터면 버릴 뻔했다쓸모란 언제가 없어서 혼을 이어 놓는다이상하지보이지 않는 걸 보고나 있다는 듯이실금을 심는 그녀태풍 매미가 지나가고거리는 부러진 마른 겨울만 널려 푯대를 세우려면계절이 번질 다독이 필요했겠지보이지 않는 걸음은어둠 속 밑을 걷고 있었다흙속에서 서로의 손을 더듬으며한 가지를 벋기에는 갈라진 뿌리가두 개의 매듭이 손을 잡다는 설화는당연을 당연보다 당연이라고이렇게 오묘한 다짐이손톱에 꽃물을 들이다니소용은 그녀를 틔우기로한 여름을 키우고 있다

시 글 2025.09.30

내가 나인 것 같아졌어요

작은 플라스틱 하나 떨어뜨려 놓자3일의 모서리가 생겼어요발이 사라지는 일, 맨발이 다시 생기는 일하나를 지운다는 게못난 어깨 폼, 떠남을 허락해 주던엔진의 울림, 자유를 넣어 주던가요, 그래도 좋았어요가끔 색 다른 세상 눈뜨게 했고요어떤 쓸쓸함엔 떨쳐버릴 달램도 가지고 왔어요홀로 있는 공간, 시간을 띄워 주었지요인류 문명을 즐기게 했어요발보다 빨랐으니까요편해졌어요맨발의 길이 새로 열립니다꿈이 생겨요, 느리게 사는 일에 벌어질뭘 하고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어요 멀어짐 속에서 틈새가 생겨요 더 좋은 건, 모두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 말이에요 작은 은하 하나 건너가야 하는 일에내가 나인 것 같아졌어요그래, 고맙게 보냈어요지구 네 바퀴를 같이 돌리던 내 사용권

시 글 2025.09.19

피난처

앞으로 나가기 위해 뒤로 보내는 패스가 있었다 어느 날 내가 만난 그는 얼굴이었는지 형식이었는지 아니면 속내였는지알 순 없지만 뜯어보지 않고는 재미가 없는 것 같아 분해를 한다.전자제품 같이 속을 알 수 없는 부품들이 이리저리 익히면서도 정열이 되어 있어 순서를 거꾸로 세우면서 하나하나를 얼굴을 따라 위치를 익혀 가며 재열을 위해 페이지를 적어가고 있었다너는 왜 코에 붙어 있는지 입에 붙어 꼬리의 역할까지 하는지 맵시는 어디에서 나와 매료시키는지 찾고 싶었다어느 날 돌아서서 앞으로 나가는 어떤 빛이 보였다 길이 훤히 보였음에도 앞으로 나가기 위해 뒤로 보내는 패스가 더 있었다 그건 더하고 곱하고 나누는 등급이 아닌 의미 에너지에 대한 표현 값을 정하는 거였다 마침내 돌아서서 앞으로 나가는 어떤 빛 훤히 ..

시 글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