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63

처연한 생각

동아줄이 끊기니 저리 악을 쓰고 눈도 없이 하늘로 쳐들어 먹성을 벌여 생존을 구했을 저 무심한 어린것을 보니 지금 내가 갓난 내 속내를 보는 것 같아 사는 길을 바로 아는 이빨에게서 이제야 입 마르게 깨달으니 내 어미는 참 야속도 하셨겠다 끝날까지 보상 받지 않을 사랑의 입 열지 않고 가심은 어릴 적 젖둥이로 나온 자기 생각이 나서였을까 남성은 모르는 세상 하나를 더 갖고 사는 여성 가끔 남성이 외톨이로 되는 느낌은 너무 당연한 하늘빛 채색 소임이 일찍 종료되는 남성이라는 외곽이 가볍고도 처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살며 생각하며 2024.07.04

두 후배에게

청춘이 뛰놀던 과거들이 쭈꾸미 옷을 입고 미래에서 현재로 이동을 한 천호가 사는 동네로 잠시 이사를 왔다 가네요 과거가 지금이 되는 달콤한 언어들 빠진 살 만큼이나 도망가버린 매미의 시간 만치 짪은 강물의 시간들, 공장도 예전 신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민들레 씨앗처럼 갈래갈래 되어 간다는 기상대의 발표는 외출 나온 삼색의 머리카락에 윤기를 빼어 냅니다 지하철 숨구멍으로 방향을 튼 가는 길 위에 고맙다는 씨앗을 날개에 실어 보냅니다 묻지 않아도 되는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가을 시즌을 넉넉히 보내시길 빕니다 오늘 두 분 너무 고맙습니다

살며 생각하며 2024.06.10

맨발걷기

황톳길 걷기를 옆지기와우리 앞에 노부부께서 천천히 낮은 언덕을 넘으시더니 끝 지점에서 아내를 보고 웃으신다왕복 5회 동안 만나는 지점마다에서 미소를 품으시는데 그녀의 몸에서 연로에서 나오는 너그럽고 넉넉하며 아랫목 같은 따스함에 숭늉 같은 구수함에피로가 날아가버렸다고고마운 분을 만나 맨발 걷기 두 배의 효과를 보았다고 좋아합니다덩달은 기쁨 하나 우리도 저리 오래 살아갑시다저의 제안에 그러고 있잖아요!!ㅎㅎ진심일까 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나 인정하기로어땠어요? 젊은 이팔청춘 우리 부부

살며 생각하며 2024.04.26

창경궁 통명전

궁내에 째지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세자를 낳은 어머니다 물러서지 못하겠느냐 '꽃이 아니라면 무엇이 폭주하는 삶을 멈추게 하고 꽃이 아니라면 무엇이 모든 사위어 가는 슬픔을 가르쳐 주는 걸까' 창경궁 뜰에 서면 활짝 벚꽃으로 얄쌍한 진달래로 희빈 장씨가 겹쳐보인다 설렘의 통명전이 풍선처럼 부풀었을 때 숨 한 모금 뱃속에 깊이 넣어 두었더라면

살며 생각하며 2024.04.08

말랑말랑

가끔 거울을 유심히 본다 늙어감을 자로 재어보는 나를 보는 것이었다 판단이 잘 가지 않을뿐더러 젊다고 여기고 있다 확인이라도 하는 듯 지하철 층층대를 가벼운 듯 뛰어올랐다 거봐 젊잖아 내가 내게 답을 하고 있었다 사진을 좋아했던 나 이어서 변천사를 본다 그제야 나를 보게 된다, 현실을 그래도 아직 쓸만하구나 하며 돌아본다 어느 때부터인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질 않았다 그러고 나서 살이 엄청 빠졌다 몸이 가벼워지니 조깅이 가능해졌다 300m도 헉헉댔던 시간이 이제 3km를 뛰고 있다 너무 상쾌했다 한편 얼굴은 쭈그러졌다 아프냐고 어디 물어들 본다 부드럽지 않다고 유연하지 않다고, 깔깔해졌다고 의사는 말한다 무조건 60kg까지 올리세요 그리고 유지하세요 아프시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드십니다 모임이 많았..

살며 생각하며 2024.01.08

블로그 여행

빈틈을 내어 블로그를 둘러본다 마다마다 행적들이 들어가 있다 일상이고 삶이고 길이다 사실이고 진솔하게 누구에게 편히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까지 마음 한 구석을 이리 쉽게 전해 보게 되는 시스템, 자기표현을 전달해 보고 싶은 바람을 구현해 주는 인터넷 그리고 사이트들 고마운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상처와 한 편은 위로를 받는다 나를 들어내 놓은 대가로 보면 편하다 자연처럼, 사는 의미나 존재를 그냥 두고 살지 못하고 존재를 드러내야만 하는 남기려는 사람들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 살아왔던 흔적을 거의 다 지워버린 지금, 공백 상태에서 고목에 새로운 가지 하나를 피우려고 하는 지금을 보며 어떤 것을 하려고 이러하지 자문해 본다 산다는 게 뭘까 뭘 남겨 두고 싶다는 걸까 나무처럼 살다 가면 될 터인데..

살며 생각하며 2023.12.24

공원 의자

공원 긴 의자 한쪽을 비웠다 한 까치가 앉을까 망설이다가 앉아도 될까요 그럼은요 옆으로 몸을 더 옮겨준다 미안하지 않게 마치 내 영역이 아니라는 듯 잠깐 앉았다가 떠나가는 뒷이 서운하다 말이 없거나 하지 않아도 좋은데 뭐가 불편했을까 의자처럼 종일 혼자 말 않고 있고 싶은 걸까 지구 하나를 혼자 들어야 할 사유라도 있는지 그 뜻을 존중하고 싶다 차라리 내가 비워줄 걸

살며 생각하며 2023.10.08

복권 타는 날

이발소가 나를 찾는다 옆머리 더울 때는 바짝 올려 깍아 주겠다 한다 스포츠머리는 아니지만 올만에 젊은 오빠가 되었다 바나나 주스 두 컵이 마중 나왔다 딸하고 손자를 만나려면 달콤한 남쪽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길고 둥근 즐거운 날 복권 타는 날 메시지가 귀로 눈으로 가슴으로 들어온다 이릴 땐 좋은 소식이다 감각 기관 서너 개를 동시에 울린다는 건 슬픔보다 기쁠 때이다 XX은행 컴퓨터가 전수 조사를 끝낸 후 오늘 오면 이자를 더 주겠다고 제시 한 금리가 작년 3 배인데도 배가 고팠다 간사한 속내 숨기고 기꺼이 챙기고 왔다 나를 찾는 사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살만한 오늘처럼 내일이 되면 또 오늘 남은 시간 이렇게 무작위 하게 끌어다 붙인 문장이 '속없는 녀석'하며 재미있어한다

살며 생각하며 202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