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16

벌벌레 먹은 미소

벌레 먹은 미소/곽우천 쌍석이가 누구예요 ㅎㅎㅎ 그러실 줄 알았어요 선생님 성적표는 둘 다 100점이라서 첫 젖 물릴 때부터 먼저를 찾기 힘들었던 그녀 무슨 동물인가 싶어 낯 뜨거웠던 동네 어머 경사 났네 우리 동네 귀가 마음에 걸려 있었던 여직 가시지 않는 때 네~ 미소 속에 숨어 있어요 찌르세요 살짝 옆구리를 쌍호는 간지럼을 참고 좋아해요 명사 하나 덧 댄 형인 쌍석은 으젓해지고 동생이 된 쌍호는 늘 부족한 한 줌 아차 싶었었단다 두 켤레 고무신을 가지고 와서 어느 것이 내 것이냐고 쌍호는 네가 먼저 신어보렴 그게 네 것이다 인정을 받는다는 거 하늘도 알아주는 차별화 세월이 가도 남을 화석 같은 것 2억 5천만 년을 견디고 부르짖어 새카맣게 타버린 벌레 먹은 미소를 지지 않고 폐 속에 담아 두었던 쌍..

시 글 2023.02.23 (36)

걸망

대문 나설 때 마당발 어머니는 자식을 다시 낳았다 세상이 둘셋 있다는 걸 알았을 무렵 접히지 않았던 옷고름 샘 물가를 적시었다는데 발걸음 한 번 뒤돌림 없이 막대 걸망은 막대 걸망이 되리라고 막아선 번뇌가 벽이라서 숲의 눈 개수만큼 이어서 바람 깎는 보리 석탑을 돌고 땡볕 말리우는 말들은 경전을 깨고 나온 풍경 소리되었다는 천둥은 더 많은 가지를 첬었다네 어디서 무엇부터 끊고 베어야 하는지 순번 없는 죽음처럼 사람이 바로 산다는 게 죽어 제사상에 울린 절 받는 한 마리 북어가 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색이고 공이고 삶과 죽음 사이 무의 한나절이야 여기 마당입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떤 세상 걸망에 넣고 다시 가시는지요

시 글 2023.02.08 (38)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를 영혼의 한쪽이 머리 뒷 켠에 멈춰 서 어머니 생각에서 돌아온 것처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신의 허파 한쪽에 다녀온 듯한 창이 퍼덕였습니다 붓끝 굶주림을 띄우려 해도 나지 않는 숙연함은 처음이 깨어질까 말림 때문만 아닐 겁니다 그 애잔 떠 심장에 심어 살아나게 싶어서입니다 그리워했을 따뜻해했을 삶을 다독일 은밀한 운치의 시선이었기에 기도합니다 당신, 남은 허파에 보낼 허기진 기별을 세상은 참 갸륵도 합니다 짧은 순간이 움직여 내는 파고가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내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시 글 2022.11.21 (28)

"투명인간" 손홍규(2010 이상문학전집 제34회)

아버지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의식을 형상화 어머니와 나, 여동생은 아버지의 생일을 앞두고 의기투합 한다. 즉 생일선물로 아버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로 한것. 아버지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숙고하다 "눈을 마주치지 않기" "몸을 부딪혀도 모른채 하기" 등의 방법을 생각해 낸다. 드디어 생일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가족을 보고 반가워 하지만 아무도 그의 존재를 받아주지 않는다. 연극이 시작되었다. 가족의 반응이 재미있어 하는 아버지는 연극에 기꺼이 동참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양쪽의 신경전이 팽팽히 맞서고 어느쪽도 먼저 항복하기 싫어한다. 곧 아버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에 익숙하여진 가족을 일요일 아버지는 간편한 차림으로 외출을 하고 아버지가..

나의 여행 201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