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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안테나 하고 있다

하루치 어둠을 몰고 온 끄트머리쯤 초병으로 섰던 현관문 딩동댕딩동댕 되돌아온 오늘은 히스테리 혼방으로 들어가고 끌린 발자국 소리에 하루를 풀어 해석한다 오늘은 어땠습니까 찬바람 쌩 물고 들어가는 늦 침대 하나 벌써 일주일째다 그날의 마침표에는 묻혀들인 바깥 색깔을 감별하고 발바닥 미끌린 중력을 재어보는 일 색깔과 무게가 주는 분별은 분별을 낳고 분별에 지는 밤 침대는 건망증 수면 중이다 찟뿟한 아침과 서류 젖은 저녁나절 사이 풍진계의 수직 파장과 자전의 수평 기록들 계급의 기색을 살폈던 속 알아 채기/ 그림자 지지 않으려는 들고 나온 커피나뭇잎들의 수다/ 흑그라스 뒤 변색된 가면/ 을 감식하기 바쁜 안테나 하루가 던지는 질문, 왜 살지요 양파껍질 일과들 기록이 되고 수축되는 하루 가장 먼 인사 안녕히 주..

카테고리 없음 2023.06.01 (36)

한 이불 속 들어갈 때

한 이불 속 들어갈 때 그와 나누는 대화를 독백이라 합니다 둘이 속삭이려면 벽에 기댈 때 높이가 맞습니다 어떤 배경 이야기든, 예를 들면 아름다움 고통 지식 종교 등 그는 변색하지 않는 평등심의 소유자로 나옵니다 가끔 자전거를 타면 특별할 수 있어요 따라다니며 바퀴를 돌립니다 나는 무동력이 되는 경지를 맛보게 되지요 혹 배를 탄다면 검은 고래 한 마리 배 아래 희뜩번뜩 찰싹 붙습니다 늘고 줄임에 자유로운 길이 나와 같은 키 재기 들어도 입이 없고 보아도 전함이 없는, 먹물 찍어 산수 그려 내는 동양화가랄까 발뒤꿈 물고 사는 천성은 꼬리달린 신의 신봉자 여서일까 죽음이 영원한 거라면 순간 든 낮잠의 그림자 같이 걷고 먹고 한 이불속 들어갈 때 고스란히 한 몸의 이야기가 됩니다.

시 글 2023.05.30 (21)

새 아침을 주문하다

목성에서 아침을 일어난다 부피가 크면 일어서기 힘들어서 물속에 넣은 소금이 된 가죽옷을 입고 일어난다 억지 밥을 소리라도 맛있어지라고 꼬꼬 꼭 씹어 삼켜 본다 목구멍이 헛발질을 케캐 캑하고 하루를 견뎌 낸 짠 땀이 눈 안에 뻐걱뻐걱 레슬링 한다 오늘을 둘러보니 어제 만치 벗어날 길은 다닐 곳에 숨겨져 있다 때마침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가 시클롭스키를 만난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거 새롭게 하기일 뿐이다 잠깐의 외출은 돌아오면 목소리 잠기듯 들어가고 일상은 일상이 되고 있다 목구멍이 바이어린을 켜고 뻑뻑한 눈이 함박눈을 맞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목들 형식을 일 년에 한 번은 벗어나 현실과 맞닥뜨리는 다른 지혜를 가지고 있었네 목성을 탈출하기란 이목구비를 어디에 두고 부릴 것이냐에 집중을 해 보려 하는 새 ..

시 글 2023.05.26 (28)

밤을 한 입에 삼키는 법

*밤을 한 입에 삼키는 법 바람이 불렀을 때 하품을 하고 있던 어둠이 밤을 한 입으로 삼키자 밤은 곧 어둠이 되었다 바람에 강한 어둠 세상엔 너에게 꼼짝도 않는 게 있지 했다 바람의 묘수를 알기나 했을지 어둠을 품어 낸 거야 밤이 맞도록 샛별의 눈이 흐려지는 시간 아이는 살았고 산고 끝 어미는 사라져 갔다 어둠이 출산을 한 거야 맑고 밝은, 바람이 모처럼 살랑거리는 아침을

시 글 2023.05.19 (31)

Endless 전쟁

*Endless 전쟁 다섯 살 어느 날 이사 갔던, 지금 내 고향 토방이 나지막한 늙은 호박 같던 집 재혁이가 싸움을 걸어왔다 터를 중요시하는 고양이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다 영역 침범 범이라도 된 나 염탐꾼 검색의 찢어진 눈 학교에서 만나면 기를 꺾으려는 보험용이었을까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폼을 잡았다 우리 땅 한 발자국도 딛지 못하게 할 것처럼 망치로 못질한 발바닥 캥거루 달음질로 왔다 역사가 긴 동네일수록 울타리 경계를 넘은 호박은 말뚝이 박혔고 냇물 목간하는 여자아이들 팽나무에 올라 보초를 서는 일들이 행했었지 여름 달빛마저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팔레스틴은 이스라엘 호미 끝 같은 창을 피해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그건 풀들의 Endless 전쟁이었다

시 글 2023.04.30 (65)

골절된 가지에서

*골절된 가지가 길이 되어 석양 끝에 선 한 소나무를 만났습니다 피곤한 하늘보다 어둠을 먼저 가져와 눈이 새까맣다 낮 동안 갈증을 꺼내 몸을 호수 쪽으로 기울고 가지를 손 끝처럼 내어 밀고 있다 걸을 수 없는 몸은 하늘에 길을 낸다던가 아예 골절된 가지가 길이 되어 허공을 걷고 산다 욱어졌던 품 바람에 숭숭 내어 주고 이 밤을 침묵으로 서 있는 나무 아버지 굽어진 어깨 가지에서 뵈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4.29 (32)

선재길 늦바람 불어

좀 되었던 월정사 바람이 들어 본 적 없는 절 독경 소리 새어 들어와 났다 말았다 한 사찰이 끌어당길 때 이름에 목을 걸고 없는 사람 찾으러 헤매 나선 적이 자꾸 쌓였어 봄 절간은 기와불사 주문을 피해가면, 있어야 할 연을 묶지 않는 낭떠러지 흔적 하나를 떼어 버리는 어리석음에 빠질 거 같아 예정된 처사라도 되는 듯 줄 섰었지 이 일 때문이었어 바람이 그렇게 살랑거렸던 건 기와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띠 두르고 서까래 위로 올라가고서야 봄바람이 할 일 했다는 듯 차분해졌다지 길 위에 꽃이 피어 발걸음이 앞을 서고 양팔 들고 오늘 너는 자유라고 외쳐 혼자서 가는, 길 없는 길 될까 늘 서늘한 구석으로 남은 선재길 벌어진 입이 눈꼬리 마냥 찢어지고 단단한 다짐이 끌어낸 맨발 이십 리 산 길이 어이 치받고 올라..

시 글 2023.04.24 (44)

주인이 누군가요

*주인은 누구 만물 부동산엘 들렸다 하늘과 바다도 파냐고 물었다 뭐든 판다고 했다 거기에 덤으로 땅까지 드립니다 혹 사람도 팔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까 부모도 자식도 팔고 삽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거북하면 임대 가능합니다 파는 게 무수했다 아주 흥미로운 것도 있습니다 시간도 팔아드립니다 물건도 많습니다 말고 그럼 또 파는 게 있습니까 공기도 팔고 빛도 팔아드립니다 주인이, 아니 파는 이는 어떤 분이시나요 신인가요 모두 사람입니다 바람 마저도 오일장에 앉아 하루를 팔고 간다

카테고리 없음 2023.04.21 (32)

순식 간에 사람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이는 천지 창조 이 전부터 일이다 가설 1 누군가가 신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신은 아니다 (신을 신이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 둘의 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설 2 누군가는 신을 다스릴 주문을 가졌다 신이 죽을 수 없게 했다 심심하는 걸 못 참게 했다 뭐든 만들 수 있게 했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다 보기에 좋았다 심심했다 사람을 만들었다 하나가 심심해서 하나를 더 만들되 나무에게서 지혜를 얻는다 가지 하나를 분질러 다른 나무를 만들 듯 갈비뼈를 꺼내 다른 사람을 만들고 꽃에게서 암 수로 씨앗을 만들 듯 자식을 만들게 했다 또 하나는 수꽃 없이도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나무 같이 남자 없이 아이를 낳는 기회도 주었다 병과 약을 주었다(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사람에게 능력을 주고 누리라고 했다 그 사람만이 신..

살며 생각하며 2023.04.1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