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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쉬어라 너도

직장에 의자가 도망갈까봐 찐득이를 붙여 놓고 겨우 절반을 태워서 산에다 바다에다가 불을 질렀다바다가 산이 좋아했을까아내와 딸들이었다그러고 보니 진짜 휴식은 아내와 따님들이 필요했을거다흐린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서울이 반 정신이 나갔다날마다 젖어 팽겨쳐 두었다바꿔 말하면 서울이 아닌하늘이겠지휴가를 명령해야겠어하늘에,축축한 날이 그네들이라고 없었겠어징글징글한 인간들 보고 싶지 않아서 10/20~30까지 휴가를 명한다사람이 하늘에게 명한세상 처음 생긴 일그게 내 아이디어이다하늘이 뭐하고 쉬며 놀까가 내 관심사다지금부터여러 선생님들께 하늘이 하고 싶은 놀이는 뭘까? 댓글 주세요보상은 없습니다ㅎㅎ

살며 생각하며 2025.10.21

며칠 전

어느 날 일기마침내 물어물어 남대문 남성복 코너에 도달했다할머니이셨다 아주 차분하면서도 손님을 파악하는 눈빛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냉철했고 상냥을 살짝 섞는, 손님을 다스리는 매너가 몸 자체인 그녀였다9만 원은 라벨에도 손에도 무게로도 볼 수 없는 것이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희귀한 방정식이 있었는지벌써 구매의사가 있음을 알아챘고가격 흥정에도 모가 섞인 50% 혼방이고 중국산이 아닌 국산임을깍지 말라 강조한 듯 제시한 금액이다나는 흥정에 한 수 아래임이 벌써 밝혀졌나그대로는 아니 되겠다 싶어 깎는 방법을 동원했다두 번 다시 입이 없도록그것도 어렵게 "팔만 원 만질 수 있는 걸로 드릴게요"그녀와 나는 신에게 약속이라도 받은 것처럼 팔고 샀다숫자는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존재하지 않는 신이 파는 ..

살며 생각하며 2025.10.20

납땜된 침묵

넙땜된 침묵 ㅡ자서전페이지 마지막 호흡이 떨리고 있다맨 끝 장식을 알리는 점 하나 말없이 찍는다진실이 된 뼈들 가운데 이름 있는 것들을 가려 놓고 이들을 녹여 판금으로 종이 위에 새겼다책은 부풀려지지 않았고빈 구석만 늘어났다마모된 뼈들과 아릿한 영상들, 혼자만이 아는 숨김은 기록에 남길 수 없는 사랑의 무게로 폐기되고이렇게 적어 놓은 단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속엣말이었고 중얼거림이었다큰 뼈들이 소리를 질렀다새벽이 되어서는, 그는 얽힌 인연들 앞에 무릎을 접었고마지막 운을 넘겼다잘 계세요, 잘 가두 마디만 속으로 삼키고 있었을 뿐그 하얀 여백이 진실이었을까결국 죽지 않는 것은 어떤 침묵이었을까적어넣지 않음이 거리낌이 된 문장들 어떤 죽지 않는 시어를 골라만 내었을까 책꽃이 안의 ..

시 글 2025.10.18

오늘의 일기

오늘의 일기입니다그는 책을 즐겨 읽고 있었고늘그막이 page를 하나씩 넘기며 가끔은 엉덩이에 힘을 주기도 하고,횡격막을 들어 올리기도 하면서 뭔가를 혼자서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항상 노트에 남기려 애를 썼다미래의 기억을 찾으려 애쓴 적도 있었다그럴 때면 조금 전에 왔던 곳으로 돌아가서 차례대로 따라서 다시 움직여 보는 것이다그러는 가운데 미래 기억을 찾아내곤마치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낸 것처럼 좋아라 했다그는 미래의 시간을 끌어다 현재를 살고 있기에죽음이라던가 천당과 지옥과는 상관없는 생활을 해왔고과거와 미래는 page안에 들어 있다는 비밀을 언제부터인가 알고 있어 평안이 그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살며 생각하며 2025.10.11

소용, 했다

하마터면 버릴 뻔했다쓸모란 언제가 없어서 혼을 이어 놓는다이상하지보이지 않는 걸 보고나 있다는 듯이실금을 심는 그녀태풍 매미가 지나가고거리는 부러진 마른 겨울만 널려 푯대를 세우려면계절이 번질 다독이 필요했겠지보이지 않는 걸음은어둠 속 밑을 걷고 있었다흙속에서 서로의 손을 더듬으며한 가지를 벋기에는 갈라진 뿌리가두 개의 매듭이 손을 잡다는 설화는당연을 당연보다 당연이라고이렇게 오묘한 다짐이손톱에 꽃물을 들이다니소용은 그녀를 틔우기로한 여름을 키우고 있다

시 글 2025.09.30

내가 나인 것 같아졌어요

작은 플라스틱 하나 떨어뜨려 놓자3일의 모서리가 생겼어요발이 사라지는 일, 맨발이 다시 생기는 일하나를 지운다는 게못난 어깨 폼, 떠남을 허락해 주던엔진의 울림, 자유를 넣어 주던가요, 그래도 좋았어요가끔 색 다른 세상 눈뜨게 했고요어떤 쓸쓸함엔 떨쳐버릴 달램도 가지고 왔어요홀로 있는 공간, 시간을 띄워 주었지요인류 문명을 즐기게 했어요발보다 빨랐으니까요편해졌어요맨발의 길이 새로 열립니다꿈이 생겨요, 느리게 사는 일에 벌어질뭘 하고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어요 멀어짐 속에서 틈새가 생겨요 더 좋은 건, 모두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 말이에요 작은 은하 하나 건너가야 하는 일에내가 나인 것 같아졌어요그래, 고맙게 보냈어요지구 네 바퀴를 같이 돌리던 내 사용권

시 글 2025.09.19

하나 건너

[하나 건너]저 집 참 이상해해걸이를 하잖아작년 소출에 허리가 펴지려나,감나무가 아니니까바이러스, 왼쪽 코에서 오른쪽 코로 빼낸다는총각네 반찬가게치마에 봄바람 실었거나미끈한 수박을 눈여겨보던 눈높이 청바지들순번 없이 들락거렸던 거 기억나근데 거미줄쳤어하나 건너였던 거지동네 고스톱방 등이 든든한 아주머니전대가 두둑해소문 없이 층층으로 올려댔으니퍽이나 다실까 입맛자기 꼬리를 무는 뱀,몸통쯤에 가시였던 패를 챈 거야 눈치뜬 동네 뜬소문에 유랑이 된등줄 끊긴 방패연들구멍가게 할머니, 푸른 기왓장 등에 하나 걸렸대스무 해가 지나도록모른다는 해걸이

카테고리 없음 2025.09.15

시간성의 질을 느끼려면 장례식장을 가라

(어느 철학자의 삶의 질 이야기)나 자신만을 행복하게 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라고 하는,인간은 타자를 풍성하게 할 때 비로소 또 다른 행복에 지평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 가르침은장례식에서 타자의 죽음을 보면서 나의 삶의 유한성을 생각하는 자그때 비로소 나의 삶의 영원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그러나 이 순간은 과거와 미래에 잇대어 있는 먼지보다 작은 것이지만 이것은 나는 양의 시간이 아니라 질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 하는 이 존재감자기 자신을 극복하면서 이 존재의 지평을 깨면서 건너갈 수 있는 자자기 자신을 매 순간 창조하는 자 그는 자기 삶조차 죽음의 그림자로 느끼고 보면서 생을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아는 자이 자가 비로소 자기 자신의 삶의 철학을 세우고 지혜를 알아가는 자가 아닐까삶의 질을 느낀다..

살며 생각하며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