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13

복권 타는 날

이발소가 나를 찾는다 옆머리 더울 때는 바짝 올려 깍아 주겠다 한다 스포츠머리는 아니지만 올만에 젊은 오빠가 되었다 바나나 주스 두 컵이 마중 나왔다 딸하고 손자를 만나려면 달콤한 남쪽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길고 둥근 즐거운 날 복권 타는 날 메시지가 귀로 눈으로 가슴으로 들어온다 이릴 땐 좋은 소식이다 감각 기관 서너 개를 동시에 울린다는 건 슬픔보다 기쁠 때이다 XX은행 컴퓨터가 전수 조사를 끝낸 후 오늘 오면 이자를 더 주겠다고 제시 한 금리가 작년 3 배인데도 배가 고팠다 간사한 속내 숨기고 기꺼이 챙기고 왔다 나를 찾는 사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살만한 오늘처럼 내일이 되면 또 오늘 남은 시간 이렇게 무작위 하게 끌어다 붙인 문장이 '속없는 녀석'하며 재미있어한다

살며 생각하며 2023.06.22

난 누구일까

손자와 시간이다 내방을 찾아와서 할배 그림자를 뒤져보는게 그가 벌이는 재미다 차이가 난다거나 어떤 다른 느낌이 있거나 할 쯤에 그는 하나 씩 물어온다 나는 책을 많이 읽으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답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심심해 진다'고 그가 어디만큼 와 있는지 성장을 알게 한다 욱이는 '누구게'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지면 엄마 아빠 아들, 엄마 아빠도 없어지면, 또 이모도 친구도 다 없어지고 나면 욱이는 누굴까? 나무하고 욱이하고 바위하고 욱이하고 그가 고개를 묻는다 내 쪽에 울고 있다 다 없어진다고 해서 다 없어지면 욱이는 누굴까 몰라 그래 욱이하고 누구하고 누구하고 서로 연결되는 걸 관계라고 해 관계가..

가족 이야기 202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