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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

상여가 야산 비탈을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 이것 좀 잡숴 보세요 둘째 손자가 잡아왔어요 어머니는 송사리, 작은 붕어새끼 배 창자 따 내고 소금 조금 넣고 고춧가루에 호박 납작하게 썰어 넣고 조선간장 살짝 넣고 마늘 찧어 넣어 짜잘하게 볶아 놓은 민물 매운 조림을 할머니께 드린다 뭐어? 둘째 손자 매미 라고 그 녀석이 우리집에 크게 될 놈이다 두째를 엄청 좋아하셨다 저애는 뭘 안다고 저리도 슬프게 울까? 집을 벗어나는 상여 뒤에서 계속 우는 나를 향해 어머님 친구 분들이 하셨던 말씀이다 장대빗 속에서 상여는 고개를 넘어 장지에 도착했다 무덤 구덩이 주변에 고랑을 만들어 빗물이 들지 않도록 물길을 돌렸다 관이 내려지고 흙을 덥고 잔듸를 올리고 둥근 무덤에 힌 천을 씌웠다 빗물에 무덤이 허물어짐을 막기 위해서다..

가족 이야기 2020.08.31

울고 또 울고

학교 숙제가 가득하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모두 집안 숙제로 변했다 이 실력으로 다음 학년 오른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학교에서는 이런 점 고려하고 있지를 않는 것같다 오늘 숙제를 마치고 딸이 초딩 2년 아들에게 앞 그림과 글을 보여 주었다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울고 또 울고 울고 또 울고 왜 그래 욱아 할머니는 살아게시잖아

가족 이야기 2020.08.24

아버지의 정년

사회 생활, 사회 생활, 사회 생활이 뭘까? 나이 58세가 되니 정년이라며 회사를 그만 두게 하지요 그동안 인연들 다 끊어져 가고 그들 뇌리 속에서 사라져 가고 , 새로운 일터는 하루 사이에 급여가 반 토막이 되었고 그것도 감사히 여기고 몸 마음 가짐 새롭게 단단히 무장하고 재 출발을 하게 합니다 참 우습지요 하루 사이 입니다 세상이 변해버린 겁니까 전혀 새로운 시각들이 정년자에게 들어오고 판단 기준도 다 바뀌어 버립니다 정년이 뭘까? 인생에 있어서 정년은 또 뭘까? 그 꼭지점은 어디쯤일까? 어떤 상갓집에 경찰이 찾아 왔습니다 김말호씨가 누구십니까? 아버지 그 땅은 누구것입니까? 멀리서 찾아 온 딸이 돌아가신 아버님 앞에 던진 말 너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못 할말 했어 다 오빠것 되는거야?? 옷을 잡고..

카테고리 없음 2020.08.20

질의

고독 잠간 그리움 속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쓸쓸함 정도로는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절박한 상태에 놓였을 때에도 고독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담 스럽다 근처에는 갔다고나 할까 연세가 들면 보통 고향을 찾는다 어린 시절에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보고 싶어서 일거다 산천 초목, 들판과 걸었던 길 빛과 냄새 마굿간이나 칫간까지도 보고 싶어진다 그래도 뭐니 해도 당시 함께 지냈던 가족들이 가장 보고 싶을 것이다 남의 집이 되어 버렸을 수도 있고 초가집이 양옥으로 변할 수도 있고 냇가가 정비되어 정감 잃은 뚝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육신의 고향은 한 번 찾으면 해갈이 된다 나는 신에게 두 번의 질의를 했다 당신을 쫒으면서 무슨 공부를 어디까지 해야 할까, 어떤 일을 하고 살까 라고 어..

살며 생각하며 2020.08.02

수제비

호숫가에 가면 돌맹이를 던져서 돌이 물 위로 촉촉촉하며 지나가게 한다 이걸 수제비 뜬다고 했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하는 수제비를 뜨는 날이다 그것도 부엌에서 말이다 아내가 언젠가부터 수제비를 일 년에 꼭 한 번 먹어야 한다고 규칙을 정했다 그것도 내가 해 주는 수제비를 말이다 육수를 먼저 여러가지 넣어 끓여 만들면서 밀가루 반죽을 한다 밀가루는 기름을 살짝 부어야 반죽 시 밀가루가 손에 달라붙지 않는다 잘 이기고 나중에는 그릇에 내리쳐서 반죽이 쫀득해지도록 한다 육수에는 꼭 새우 가루를 꼭 넣는다 그리고 감자 잘라 놓고 계란과 파를 잘라서 저어서 놓는다 요구 조건이 있는데 육수가 끓으면 밀가루 반죽을 떼어 놓어야 하는데 꼭 얄포름 하게 떼어 넣으라는 것이다 계란과 파 저은 것과 감자는 수제비 맛을 훨..

혼합글 2020.07.17

행주

어느 하루라도 마를 날 있었던가 하늘 맑은 공기 햇살 한 번 받아 보았던가 물에 젖어 비틀린 몸 종일 구정물 속을 헤엄치다 밤이 되서야 비눗물에 세수하고 힘들고 쳐진 몸 얼굴 한 번 펴 봅니다 펄펄 끓는 물에 몸 담궈 목욕하는 날 이 때다 하고 손주 같은 식기들을 윤이나게 닦아내었다 퐁퐁 물에 숨 콱콱막혀도 그릇만은 고슬하게 숨을 쉬게 했지 내 몸 먼저 깨끗해야 남을 닦아낼 수 있다는 믿음 평생 어찌 잊을 수 있었으랴

시 글 202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