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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는게 쉬워보여

ㅡㅡㅡ 늘 낭떨어지였었습니다 등걸텅에 매달려 바둥거렸었고 마른 장다리는 현미경 쓰고 동굴 바닥을 핱았습니다 태양 줄에 묶인 두레박은 노아를 다 퍼낸 사막 갈증 손바닥 차력으로 뺨을 떼려 기어이 오른 벽 그 분 몸에 붙어 눈물 기도로 살았다네요 광야 같은 들판을 나그네 처럼 버티면서도 해와 달 별 친구가 있었고 구름과 바람 이슬 같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지금 절벽 날에 서 있는 저를 보고 힘들겠다 하는 이 없고 저리 사는게 사는것 같은 멋진 삶이라 한다네요 남사는게 그리도 쉬워 보이는가 봅니다 찰떡 바람이 귀를 열어 말을 끼워주네요 바위 같은, 믿음의 후예로 살아가라고요

시 글 2021.05.02

그 꽃이 되리라고

ㅡㅡㅡ 내가 좋아하는 꽃이 세 가지가 있다 꽃 잎은 크고 각각 고유한 색과 품성을 가지고 있다 차겁고 맑은 느낌 , 따뜻하고 열정의 느낌, 그리고 그 중간의 온화하고 편한 느낌을 가진 꽃이다 꽃은 우아하고, 예쁘고, 순박함도 지닌 꽃이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 건강하게 누구 힘을 빌리지 않고 살다 가겠다고 힘이 떨어지면 기어서라도 차라리 내가 그 물건이 되겠다고 밥통도 되고 화장실도 되고 휴지통이 되리라고 마지막 숨 멈추면 똑 떨어진 꽃송이가 되겠다고 하늘이 구름을 열고 내려다 보고 좋아하시고 태양이 마지막 따뜻한 손을 내 머리에 얹져 주고 달이 훤한 빛으로 밤을 지켜주시는 목련꽃 , 동백꽃, 무궁화가 되리라 나무 위에서도 떨어져서도 자신 모습 그대로 간직하는 그 꽃이 되리라고

살며 생각하며 2021.05.01

상선암

ㅡㅡㅡ 단양 상선암 물길이 머리를 지끈히 흔들었다 7~8년 전 동서 내외간 12명이 머물렀던 곳이다 뒷 산은 월악산 길이요 앞 냇가는 하늘에서 금방 퍼다 부은 파란물이 바위를 돌았다 바위는 맨발들을 보고 귀엽다고 했고 물고기들은 저승 사자같은 시커먼 동물들이 왔다고 돌 아래로 숨기도 했다 밤이 되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웃음소리가 '베토벤의 월광 소니타'를 월악으로 몰아 내었었다 물길은 중선암 하선암으로 꼬리를 S자로 살살 흔들어 상선암은 용의 머리를 하늘로 치솟았었다 계곡 곳곳마다 민박과 텐트 촌으로 바뀌어 용의 날개는 정렬된 돌로 잘려 나가 보이지를 않았다 과거의 순한 기억이 허망히 사라져 버렸다 돌아오는 길이 애써 망연하고 심심해 사인암으로 가서 사진 하나 끌어 올렸다 단양은 갈곳이 참 많으나 대..

나의 여행 2021.04.28

저린 안되는데

ㅡㅡㅡ 요양원 이야기가 나온다 지 똥 싸 놓고 밟고 사는 곳 동물원 원숭이가 되란다 그 아비는 말했다 나는 이제 죽으러 가는 겁니다 오직 몸이 불편하다 라는 이유에서다 가족회의 결과물이었다 더 이상 아무도 책임지려하지 않았다 팔에 팔찌는 호강이다 아버지는 쇠줄로된 발목줄이 침대에 매어있다 한 해가 반 바퀴 돌 때 쯤 헛기침 같이 가벼운 가족 하나 손 등을 쓰러 만져보고 시든 바람같이 다녀간다 아이쿠 말마세요 아버님 몸이 그러시잖아요 얼마나 힘든데요 아들인가 딸인가가 뭔가 호주머니에서 꺼내 돌보미 아주머니 손에 집어 준다 언젠가 학교갔다 돌아오는 녀석에게 용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바로 어린 그 손이었다 60이 갓 넘은 교통사고 아버지는 어느 동네 아파트에서 그렇게 사라졌다 노인들이 저린 안되는데 한숨이 섞..

살며 생각하며 2021.04.18

앞이 보이지 않을 때

ㅡㅡㅡ 앞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을 수도 있을 때 두려움이 엄습, 그래 시커먼 밤을 무서워 하는 것일테고요 그럼에도 눈 앞이 캄캄한 장님들께서는 세상을 무서워 하지 않습니다 눈이 작아지면 소리로 바꾸어 귀로 걸어 다닙니다 삶의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조용히 다른 귀를 열어보시면 어떨까요 하늘의 귀를 추신 미사리 조정경기장 한 바퀴가 2.5km 한 쪽(약 1km)에 왕벚꽃이 만발입니다 내일 모레 북새똥이 일어날것 같습니다 둘러보세요

살며 생각하며 2021.04.16

꿀의 마라톤

ㅡㅡㅡ 바람이 봄을 풀어 놓은 운동장에 심판이 줄을 주욱 펴 그린다 물 오른 장기 한 마리가 훼를 치는데 꿔공 꿩 출발을 알린다 닷세 피는 목련, 십여일 피는 진달래,벚꽃 보름 피는 개나리 동시에 뛰기 시작한다 단연코 일등은 꽃 잎사귀 큰 목련이었다 숨이 짧은 도착 순이다 회의를 가졌던 꿀벌들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짧게 피는 꽃부터 먼저 공격하기로, 트럭에 벌집을 삼중 사중으로 올렸다 아내는 봄 기운으로 늘어진 몸을 조수석에 내려 놓는다 벌통이 경기에서 제주까지 가려면 목포에서 배잠을 자고 가야했다 꿀벌은 한라의 기를 온몸으로 받았다 오목한 꽃록담에서 꿀을 빨대짓 할 참이다 한해의 채꿀 시작은 제주 유채꽃에서 벚꽃 아카시아꽃 밤꽃 순, 벌꿀 마라톤은 남쪽에서 시작해서 휴전선에서 끝이난다 50여년 동안 ..

시 글 202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