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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ㅡㅡㅡ 땅 바닥이 책상이었던 시절 가마니 한 장 위에 책을 폈습니다 교실로 가득한 아이들 새로운 친구들 배울것들 궁금한게 가득합니다 눈 귀가 처음 열리기 시작할 때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애들에게 물을 내리고 어둠을 덮습니다 물만 먹여도 잘 자란다는 믿음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어께 동무들은 윤기나게 눈을 뜨고 종종다리를 일으켜 키를 재어 봅니다 리라 초등학교 노란 옷을 입은 학생들, 같은 키로 쑤욱 쑤욱 자라납니다 노래와 동화와 1234 놀이는 재미도 꿈도 신명이 났고 울타리 밖을 꽃발로 기웃할 반달이 나오는 시간 쯤 세상에 없는 노란 자작나무 숲으로 커 항아리 학교 담을 넘어볼까 쉿 조용히 콩나물 잠 깰라 미지근한 물 네 번 정도 내려 주면 머리와 허리를 서로 비비며 기대고 폭포수에 심신을 길러 ..

시 글 2021.06.10

사이버 친구

ㅡㅡㅡ달에서 뜨는 지구ㅡㅡㅡ 이름으로 남성 분으로 생각했다 2년이 지나서야 여성 분인걸 알게 되었다 나를 보는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블로그에 남성인지 여성인지 나이가 드셨는지 젊은지 가명이라 분별이 힘들다 오래 겪다 보면 희미한 벽화가 보이듯 보이기 시작한다 내 나이를 또 내의 현재의 모습을 보일까 말까 숨긴듯 말듯 글이 맑아졌다가 흐려지고 파도에 섬이 잠겼다가 나온다 화장으로 글 속에 숨어버리거나 포장되어 알 수가 없기도 한다 어투에서 단어의 질감 차이에서 상황 전개 방법에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속에서, 가족 이야기에서, 과거 이야기에서 허물이 벗겨지면 모습 은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잠긴 피부 냄새가 바람에 따라 나다 말다 하기도 한다 느티나무에 매미가 울어대는 파동으로 느티나무 가지 흔들..

카테고리 없음 2021.06.05

돌아오라 쏘렌트로

ㅡㅡㅡ 숲으로 내리 달리는 국수 가락 빗방울 소요 가을 바람에 영그는 골짜기 꽃다발의 향연 낙하산 타고 오는 눈송이의 겨울 춤 사위 산이 밤새 앓는 숨 소리를 듣다가 종소리에 새벽이 빛으로 깨어날 때 세상을 봅니다 숨막히는 도시 소음과 매연 목숨 부지의 삶의 승부들 넘치는 탐욕적 문화의 팽창 그리고 숨 쉬고 싶어 하는 도시 탈출의 시도 살아갈 생활이 거기에 있으니 어찌하랴 욕망과 싸우다 지쳐가고 환경과 싸우다 지쳐가고 다 소진되면 인간은 혹성 탈출로 아담 하와 역사가 그곳에서 시작되고 지구는 생명 없는 흙 먼지만 날리는 화성이 될까 아!! 돌아오라 쏘렌트로 돌아오라 오라 쏘렌트로

혼합글 2021.06.02

동행

ㅡㅡㅡ 어제는 가방 하나 어께에 걸치고 회의에 나갔다 시간 잘 지키는 지하철에 환승하는 코스를 웹에서 찾아서 찾아가는데 얼마나 편리하는지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이런 시스템은 없다 몇 분 후에 오는지 까지 정확하다 초행 이었지만 철저히 계산식에 맞게 시간이 소요되었다 서울에서만이 아니요 우리나라 남단 최 끝 섬까지도 시물레이션이 가능하다 회의에 소요되는 자료와 주요 현안들 주의 사항 설계와 차이나는 현실 대응 방안 안전 문제 등 여러 감안 사항이 나왔다 사실 가방 하나 걸쳐 매었지만 여기에는 지난 퇴직하기 전에 습득한 전 경험이 들어 있는 가방이다 학교에서 습득한 학술적 이론적 배경은 물론이려니와 현실에서 발생되는 모순 대처 가능한 배경이 함께 들어 있는 상징적인 가방이다 여기에는 성실과 신뢰와 가능성이 들..

혼합글 2021.05.26

모기

ㅡㅡㅡ 초 여름날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겼다 도시 참새처럼 사람을 무서워도 않는다 허락도, 묻지도 않는다 말라빠진 빈 의자 팔에 소리없이 앉는다 빨대를 가지고 오더니 장대 높이뛰기를 시도한다 장대가 훠더니 높이 솟는다 그 끝은 땀구멍처럼 오목한 땅에 박힌다 선수는 하늘 높이 올라가 강도처럼 매달렸다 내려올 줄을 모른다 죽었나 이탈리아 스트놈볼리 화산이 터졌다 붉은 용암이 빨대속으로 솟구쳐 오른다 식은줄 알았던 지구 저 밑 심장은 아직도 뜨거운가 보다 이 놈아 헌혈을 하려 해도 내 것은 피도 아니라고 빠꾸 맞은 놈이다 다른데 가서 알아 볼 일이지, 허긴 가난해도 도둑 맞을건 있다고 문 단속 안한 내 잘못이다 할아버지는 모기 날개를 조심히 잡고 빨대를 뽑더니 붉은 용암을 쭉 빨아 먹고,~ 모기를 가난한 하늘로..

시 글 2021.05.22

장난감의 유래

ㅡㅡㅡ 옛날 옛적에 신이 인간을 지으면서 고민을 했답니다 어떤 모습으로 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닮게 해야겠지 인간은 신을 닮게 되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아직 흙으로 있을 때 신에게 질의를 했습니다 우리를 누구를 닮게 만드시겠습니까? 그야 날 닮아야겠지 그럼 덜 심심하시겠습니다 한참 후에 하와가 소원을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우리 닮은 것을 하나 지어 주세요 우리가 낳을 자식들 말고요 어허 그게 네 원이냐? 네! 신은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너희를 닮은게 뭐가 있을까 조그맣고 예쁘게 지어 줘야 할텐데 그래 네 뱃 속에서 키우게 될 아이 모습을 닮은 마스코트를 만들면 좋겠구나 그리고 너의 몸에 붙어 있어 그것으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면 일거양득이 되겠지 고심 끝에 영락없는 태아의 웅크린 모습을 닮은..

카테고리 없음 2021.05.20

사시나무 춤

ㅡㅡㅡ 중매쟁이 벌 나비가 사라지고 불임의 시절이 오래가더니 벚꽃들은 무수한 정자들을 서로 뿜어 내었다 정자들은 자궁을 찾기 위해 기고 뛰고 둥글고 날고 아우성을 쳤다 계곡은 그들의 헤메는 몸부림으로 황사처럼 뿌연해졌다 대 부분 스스로 신부집을 찾는데는 실패하고 오지 못 할 먼 곳으로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바람은 늘 불었고 새로운 매개자가 되었으나 나침판 없는 방향에 폭포 아래로 떨어지거나 화산처럼 하늘로 멀리 솟구쳐 뿌려졌다 벌 나비를 잃은 벚꽃동네는 수심이 가득했다 마을 회의를 열었다 아이 없는 벚꽃 마을이 지속되면 모두 망할거라며 대책을 강구하자고 했다 자 자 벌과 나비들이 찾아와 우리 짝을 맺어 주던 때는 벌써 물건너 갔소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 짝을 맺거나 바람에 의지해서 자식을 가지려니 우연에 맡..

시 글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