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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봄을 풀어 놓은 운동장에
심판이 줄을 주욱 펴 그린다
물 오른 장기 한 마리가 훼를 치는데
꿔공 꿩 출발을 알린다
닷세 피는 목련, 십여일 피는 진달래,벚꽃
보름 피는 개나리
동시에 뛰기 시작한다
단연코 일등은 꽃 잎사귀 큰 목련이었다
숨이 짧은 도착 순이다
회의를 가졌던 꿀벌들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짧게 피는 꽃부터 먼저 공격하기로,
트럭에 벌집을 삼중 사중으로 올렸다
아내는 봄 기운으로 늘어진 몸을
조수석에 내려 놓는다
벌통이 경기에서 제주까지 가려면
목포에서 배잠을 자고 가야했다
꿀벌은 한라의 기를 온몸으로 받았다
오목한 꽃록담에서 꿀을 빨대짓 할 참이다
한해의 채꿀 시작은 제주 유채꽃에서 벚꽃 아카시아꽃 밤꽃 순,
벌꿀 마라톤은 남쪽에서 시작해서 휴전선에서 끝이난다
50여년 동안 이어온 이 바톤은
언제부터인가
지방의 꽃들이 동시에 일어서면서,
옮겨 다니면서 꿀을 따는 트럭 속에서 숙박은 소용이 없게 되었다
아카시아 꽃 끝 무렵은
밤꽃이 필 때다
펑펑 꽃망울 터지는 소리에
수 천개 골짜기 벌들은
동시에 산탄총을 쏘아 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