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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ㅡㅡㅡ 허수아비에게는 사람 냄새묻은 죽은 휴대폰이 목에 걸려 있다 가을의 언덕배기는 소솔한 가슴을 바람으로 내어 몬다 하늘 끝으로 달리던 구름이 석양녁 어디쯤에 닻을 내릴까 망설이고 서성이는 청바람은 숨을 고르고 쉬어갈 밤의 숲을 찾고 있다 젊음을 밀어넣어 화폐가 되어 나오던 신화는 누군가의 부름으로 시작되었나? 불혹을 훌 넘어선 녀식들은 헤어짐을 버렸고 목소리는 은근슬쩍 제 힘을 재어본다 일상을 묶은 밧줄은 쇠고랑을 떠나질 않았고 노년에 얻은 아픔을 신의 언어 마냥 예의를 갗추는 의사 허수아비는 여직껏 키워온 아비의 무게를 기꺼이 내려 놓는다 직장을 끌었던 어께, 자식을 키우는 입, 몸을 꿰매는 바늘의 떨림 하나도 하늘의 틈없는 씨날로 엮어 내심이여 아침을 떠난 길이 강을 만나 흐르며 저녁 붉은 노을 ..

시 글 2021.08.23

장미

ㅡㅡㅡ 장미(박연준) 1 장미 앉은 자리 허공에 가시가 박힌다 2 허름한 침대 위 기다란 혀를 목까지 늘어트리고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호객하는 리본 어둠에 매듭이 풀린다 그러나 너무 많은 나를 삼킨 당신은 나를 씹으며 어디로 달려가는 걸까? 밤을 길게 길게 세로로 찢으며. 당신의 작고 깨끗한 발은 달리는 도장처럼 허공에서 바쁘고 나는 그 커다란 발소리를 모으기 위해 고막 안에 꽃을 키운다 당신의 발굽이 이따금 내 모가지를 밟기를, 조심히 바라며 어둠속에서 몰래, 꽃을 심는다 *이따금씩 일탈을 갖다 놓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8.21

저녁나절 운동

ㅡㅡㅡ 선선해진 날씨로 밖으로 나가 몸을 좀 흔들어 어눌해진 삭신을 살려주고 있는 요즘이다 두 종류 운동을 교체로 하는데 먼저는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한강 산책길에 나가 속보로 걷는 운동으로 다리, 심폐, 허리, 자세가 바르도록 하는 운동을 주로 한다 그외에도 눈 운동, 목 운동, 가슴펴기 운동 등 여러가지를 수시로 하고 있다 밤이 깊어가도 가족끼리, 연인끼리, 혼자서, 회원끼리, 자전거로 다양하게 즐기는 서울의 모습은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사회적 신뢰와 안전이 뒷바침이 되어 주고 있어 이것이 바로 선진 한국임을 알려 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하고 나서 후회 안하는 일 중에 모임에 빳지 않고 함석하는 것과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마쳤던 일일 것이다 밤 12시가 넘도록 한강..

카테고리 없음 2021.08.20

누구야?

ㅡㅡㅡ 손자가 오는 날엔 바쁘다 특별식 두 가지를 내가 준비한다 나머지는 할머니 몫이다 그리고는 드라이브하면서 할 이야기 하나를 준비 한다 늘 드라이브로 이곳저곳 찾아 다니는데 할아버지 오늘은 내가 정할께요 한다 네비게이션을 보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서베이 한다 그리고 시간을 묻는다 얼마니 걸리는지 왕복 두 시간 반 정도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가고 싶은 곳의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하잔다 할아버지는 호수와 산 공원을 주로 찾아다니길 좋아하는데 취향이 조금 다르다 다음은 패드를 준비한다 주로 운전, 엘리비에이터 놀이, 유명한 일본 무슨 낚시 게임이 있어 그걸 좋아한다 점수가 올라가면 그걸로 여러 가지를 사서 집이나 자기 방을 가꾼다 그래 늘 패드를 깔끔히 닦아 놓고 충전을 가득 시켜 놓는다 정성 이래서 그랬나..

카테고리 없음 2021.08.14

사랑의 깊이

ㅡㅡㅡ 태백 장성 탄광이 번창했을 무렵 국가 산업 에너지를 담당하는 사명감과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고자 지하 수 천 미터 깊이 갱도 막장에서 탄을 캐 내는 광부들이 계섰죠 탄가루 먼지 속에서, 30도가 넘는 온도 를 마셔 가며 갖은 위험을 마주하여도 작업장을 떠나지 못했지요 요즘처렴 좋은 안전 장비는 커녕 좋은 마스크도 없이 일하시다가 나중에는 진폐증으로 고통과 죽음에 까지 이르는 처절한 삶들이 많았습니다 탄은 방을 덮히고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빨래를 삶아내었고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의 연료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현장에서 가족은 밖에서 사고 없도록 '오늘도 무사히' 라는 문구를 터널 안에 방 안쪽 벽에 붙이고 서로의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나날을 넘기고 살았던 우리의 이웃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 우주 전체가..

카테고리 없음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