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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초라는 시간

ㅡㅡㅡ 한 우주가 괴성을 지르며 쓸며간다 소리의 속도는 200km/h 몸은 중심을 잃었고 정지하려는 힘보다 몇 배가 큰 S자 힘으로, 바라보는 뭇별이 피하기에 급급했다 손과 발 눈은 무자격증이 되어 끌고 가는 기계의 종이 되어 가고 있었지요 왼쪽 뇌는 가까운 미래를 점치는가 하면 오른쪽은 부서질 세상의 값을 계산하고 눈은 몇 m 앞 장애를 비켜갈 수 있을지 아니면 어떤 세상에 부딛쳐 막을 내릴 것인지 시계추는 흔들리고 어딘가에 던져야 하는, 생이 마감 할 벽에 이르는 시간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대상은 안 보인다 시커멓게 눈으로 들어오는 멍을 삼켰다 사람은 안 돼 인간이잖아 전봇대가 보였다 그러나 비켜가고 말았다 눈동자는 뇌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체념이란 처음부터 끼어들 틈이 없었고 기계는 굉음으로 무얼..

시 글 2022.02.23

만삭을 기다려요

ㅡㅡㅡ 물때를 아시나요 물떼가 아닌 뜻을 풀면 물의 시간이지요 물이 들어오는 시간 밀물을 뜻합니다 바다가 빵빵해져서 배가 달처럼 불러오는 차오름입니다 갈치 고등어 고래 조기 참치.... 마음껏 먹어 불룩한 배를 자랑하죠 시인은 이때를 맞춰 꿈꾸러 바다로 갑니다 흑연 그늘 뒤에서 숨어 망을 보다가 그물을 쳐 도망가지 못하게 詩魚를 낚을 겁니다 그물망이 찢어져요 너무 크면 작으면 빠져나가고요 싱싱한 것을 추려 하얀 배에 담아 넣어야지요 그리고는 서정시 하이브리드 시 분류해서 배를 갈라 말릴 것과 소금을 뿌려 저장할 것과 바로 식탁에 올릴 것을 나누겠지요 때론 큰 것과 작은 것으로 하기도 하고요 그 외는 바다로 돌려보내면 갈매기가 처리하죠 적게 잡았거나 잘 팔려 양이 부족하면 밤을 기다려 달빛 투망을 던져 은..

시 글 2022.02.20

귀향

도시로 가면 볼게 많을 것 같았다 사람 소리 자동차 소리 나중엔 매연 소리가 코로 들어왔다 가끔 마른 매미 소리가 따라오고 약한 것에는 진딧물이 일기 마련이다 부스럼이 끼더니 진물이 송곳 찔린 소리로 흘러나왔다 도시라지만 왕진 가방 의사가 있는 현재와 과거의 소리가 있는 곳 상처엔 빨간 약과 붕대를 두르고 돌아갔다 내지른 신음 소리가 나를 파고들었다 입 다문 소리는 돌아갔다 돌아오곤 했다 허름한 가방은 다시 오지 않는 나른한 오후 꿈이었는지~ 시골 할머니 산소 언덕을 지키는 벚나무 한 구루가 울고 서 있었다

시 글 2022.02.17

물로 돌아가다

ㅡㅡㅡ 나타난 찬바람 앞에서도 지하철 쇠바퀴 밑에서도 견딜만한 단단한 몸집 그림자 낀 달밤 어느 날 전설 같은 소문이 있었지요 '너에게 예쁜 색시가 찾아들 거라는' 원래 말이란 글에서 연유된 소문이야 기호에 의미를 넣은 것일 뿐 그럼에도 밤새 지진이 일고 통증이 배에서 등으로 왔어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봄처녀 뜨거워진 몸 빛이 내 위에서 뛰어놀았어요 돌아기는 두려움이 일었고 불콰해 지기도 했습니다 추욱 느러지고 물렁해진 몸 잠시 얼었던 꽝꽝한 껍질은 잠간 쉬고 싶은 또 다른 나의 퍼스나 굳은 살 내어놓고 나는 다시 원 모습 물로 이어 가렵니다

시 글 2022.02.10

봄의 지진

ㅡㅡㅡ 봄의 매가 그리도 아픈 건가요 왜 이리 무섭게 깨지셨어요 지하철이 당신 위를 달려도 꼼짝 안 했잖아요 다리가 저벅저벅 걸어가도 상처 나지 않았고요 아하 청둥 기러기 운동장 열어 주신다고요 떼기밭 사이로 숭어 꼬리 노 젓게 벌려 놓으셨다고요 아니면 봄처녀 허리 빠져나가게 간격 두신 거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 봄의 지진이 삼한 사온으로 울렁이데요 매화 코끝 향이 남쪽에서 올라온데요 어디로 가시게요 풀리면요

낙서장 2022.02.04

휘발성 메모리

찌가 움직였다 에너지를 가진 회사는 맛있게 먹이를 끼웠다 낚싯대가 텐트 조리대처럼 휘어질 때 교실은 술렁였고 세워지는 교문 중국집 천장에 요리가 노래에 불을 켰다 경찰서장이 나를 만나고 갔다고 이장이 말했다 채택된 증인은 두 분 집안도 깨끗하고 증인은 마을 유지라고, 일곱 마리 은어가 걸려든 한 줄엔 여름 틈새를 탄 소낙비 날으는 하늘 무지개였다 날들은 길들여진 탱탱한 시간 전류를 날개 속 세월로 무수히 흘려보냈지 낚싯줄이 뚝 끊어지던 서쪽 하늘 머물 수 없는 고공은 공포였지만 펴지는 자유의 날개도 잠시 이내 욕망의 하늘 스크램을 짜고 행선지를 찾기 시작했다 꿰었던 코 낚시를 풀어내 지구나 건져 볼까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표범이 먼저 걸려들었다 앙헬의 악마는 도망을 기어코 갔고 스페인 알함브라 궁을 아랍으..

시 글 2022.01.27

이제 알았다

ㅡㅡㅡ 하얀 달빛을 펑펑 담은 눈송이가 밤새 내렸다 토순이와 오빠가 눈사람을 만든다 데굴데굴 눈덩이가 탑을 올린다 ㅇㅁ,ㅇㅃ 마당 앞 눈사람 솔가지로 달 눈섭 달고 조약돌 눈 심고 계수나무 단추 열매 달고 코 입 호박 껍질로 새겼다 오빠가 사 온 반달 모자야 씌워드려 춥지 않게 응! 들려줄 얘기 하나 꺼낸다 달에서 살다 왔단다 우린 ㅇㅇ,ㅇㅃ는 달에서 주무시고 계서 할 수 없이 널 데리고 이사 왔지 이곳으로 ㅇㅁ,ㅇㅃ에게 달려간 토순이 엄마 젖 냄새가 났다 가슴에서 아빠 땀 냄새도 실컷 들이켰다 기도하자 오래 사시도록 함께 엄마, 아빠! 녹지 말고 건강히 오래 사세요 사랑해요 밤이면 몰래나가 달을 쳐다보는 뒷동산 오빠를 알게 되었다 토순이 꼭 쥔 두 손에 달빛 소원이 환하다 (그림은 천소희 작가님 것입니..

시 글 202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