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다 그래요... 점심시간 한 시간 전이다. 아는 분과 만나기로 해서 먼저 길을 나섰다. 지하철 역과는 약 400m 정도 거리에서 앞서 가는 여자 분을 보았다. 4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듯하며 양손에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걸어 간다. 50m 쯤 가다 쉰다. 많이 힘들어 보인다. 내가 옆에가서 들어다 드릴께요... 괜찮아요.. 다 .. 낙서장 2010.12.30
엘리베이터 15층에서 1층까지 여섯명의 키가 훤출한 장정들이 들어 온다. 자유스럽고 유연한 몸가짐들, 복장의 편안 함, 얼굴에 쓰인 여유들이 함께 뭍혀 왔다. 엘리베이터 안은 순간 꽉 찬 느낌이 든다. 선배님 ! 오늘 경제력을 한번 자랑하여 주시죠...?? 내 온른쪽에 서 있던 젊은 친구가 왼쪽 가운데 서 있는 그중에 조금 키가 작.. 낙서장 2010.12.11
오고 가는 이사 위층에 사시는 분이 이사를 간다. 새벽부터 소리가 나더니 이른 아침에 짐을 나르는 구르마 바퀴 소리가 복도를 오간다. 도시의 이사는 이렇게 소리 없이 오고 가는 것이다. 서로 한 몸댕이 같은 건물에서 살아 왔지만 누구네 엄마 정도만 알아도 많이 아는 셈이다. 어쩌다 한 두분은 이사 올적에 떡 한.. 낙서장 2010.11.20
여행의 끝 전화가 울린다. 바로 위 처형 목소리다. 왠일이세요?? 아아 ! xx 엄마한테 전화하니 받지 않아서 연락을 하게 되었지. 결혼 전부터 서로 알게 되어서 편하게 전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처가 집안이다. 저기 이번에 여행을 같이 갔으면 하고, 가까운 곳으로... 그래요...,? 누구 구구 갈건데요?? 남동생네랑 .. 낙서장 2010.11.17
기도의 끈 언젠가 사용하다 말았는지도 모른 전화기 줄을 당겨 본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나오는 줄에 떡고물처럼 먼지가 엉겨 있다. 희망의 가닥을 당겨보는 것은 영영 끊겨 버러지지 않았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목마름에 길을 잃고 헤매이던 끝에 기억이 하나 떠 올랐다. 판에 박혀 있는 숫자를 하나씩 조심스.. 낙서장 2010.10.28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산다는게 우린 산을 오르는 것 한발 한발 어렵게 내 딛다가 이 모퉁 저 모퉁이에서 바위로 서 보기도 하고 소나무로 서 보기도 하고 한참 오르다 사글거리는 갈참나무로 앉았다가 마지막 남은 한 걸음에 숨 한번 후하고 내 쉬고 할 일이 앞산 능선처럼 많다는 것을 알고는 나를 내리는 것 .. 낙서장 2010.10.23
가을이 좋은 것은 봄엔 손을 잡아서 좋고 가을에는 너와 팔짱을 낄 수 있어서 좋다. 너의 몸에 나를 지긋이 기대어 보고 붉고 노란 잎 두개를 머리속에 투명하게 박아 두고 그 성글한 바람 부는 골자기로 나를 내 몰아 어디든 떠나는 발길이 되어 좋다. 낙서장 2010.10.09
무주 고추 무주에 가면 안성이라는 고을이 있다. 그곳에서 어림잡아 6km(옛날 감으로) 정도가면 조그만한 마을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산등성이 하나 넘으면 무주 스키장과 만나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은 74년 겨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정말 깊은 촌 마을이었다. 인상이 깊었던 것은 아마도 .. 낙서장 2010.10.08
미움은... 젊어서는 그리도 간단하게 생각되던 감기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이라는게 느껴지기는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서 부터 일 것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기침을 하는 사람을 피해 다니고 싶고, 마스크를 하고 다니면 서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젊은 사람 생각과 나이 드신 분의 병에 대.. 낙서장 2010.10.05
가을 맞이 여름의 엄청난 더위가 온 땅을 이글거리게 만들어 놓더니 한 동안은 비가 너무 많이 자주와서 진절머리 날 정도가 되었다. 또 한번은 바람이 세상을 뽑아 날릴 듯하며 지붕을 날려 보내고 거목들을 뽑고 부러지고 넘어지게 하고 땅 바닥에 심어진 채소며 고추, 토마토 모두 넘어지고 녹아지고 수확을 .. 낙서장 201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