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에 사시는 분이 이사를 간다.
새벽부터 소리가 나더니 이른 아침에 짐을 나르는 구르마 바퀴 소리가 복도를 오간다.
도시의 이사는 이렇게 소리 없이 오고 가는 것이다.
서로 한 몸댕이 같은 건물에서 살아 왔지만
누구네 엄마 정도만 알아도 많이 아는 셈이다.
어쩌다 한 두분은 이사 올적에 떡 한 접시를 가지고 오셔서
몇층인데요 어제 이사 왔습니다.
시끄럽게 해드려 미안합니다. 하면서 내 놓는 떡에 남아 있는 따뜻함은
그나마 메마른 도시 아파트에 아궁이에 불을 넣는 것처럼 생소한 온기를 넣어 준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어느듯 이 아파트의 토주대감이 되어
이런 저런분들의 사정을 조금 알고 있는 편이다.
어느날 벨이 울렸다. 나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또 언젠가는 낮잠에 빠졌는데 문 두들기는 소리에 깨어 일어나 보니 또 아무도 없었다.
우리 아파트는 TV에 채널이 있어 아파트 여러곳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던 어느날 누가 이렇게 하는지를 알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자 학생이었다.
그 애가 커서 중학생이 되었는데 키가 커 늘씬한 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 일을 안 뒤로는 항상 먼저 인사를 하는 예의 바른 학생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참 기뻤었다.
우리는 이사를 오고 가고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집을 옮김은 바로 몸도 이동을 하고 마음도 따라 움직인다.
어떤이는 정이 들어 떠나가면 못내 아쉬웁지만
떠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이웃들도 더러 있다.
정을 남기며 살아야 하는 건지 전혀 남기지 않고 살다가 떠나는게 좋은지
판단하기 힘든다.
우리네 인생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살아 가듯
오늘 이사하는 분처럼 아무 말없이 조용히 떠나가는게
뒷 맛 깔끔한 삶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기면 뭐하겠는가?
남에게 정 짐 하나를 더 맡겨 놓은 셈이 될 터인데....
중학생 아이가 잘 커서 좋은 사람이 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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