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사는게 다 그래요...

마음의행로 2010. 12. 30. 10:20

  점심시간 한 시간 전이다.

아는 분과 만나기로 해서 먼저 길을 나섰다.

지하철 역과는 약 400m 정도 거리에서 앞서 가는 여자 분을 보았다.

4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듯하며 양손에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걸어 간다.

50m 쯤 가다 쉰다. 많이 힘들어 보인다.

내가 옆에가서 들어다 드릴께요...

괜찮아요.. 다 와 가는데...

하나를 내가 맡았다. 상당한 무게이다.

뭔가 여자분의 쑥스러움이 남는 것 같아 보인다.

"사는게 다 그래요" 그러면서 분위기를 바꾸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 지하철 역까지요...

아.. 예  저도 지금 지하철 타러 가는 길입니다. 잘 되었습니다.

앞서 가는 것이 더 나아 보일 것 같아 내가 앞으로 나섰다.

지하철 역이 다가올 무렵 앞 쪽에서 남자분이 말을 한다.

"왜 이리 늦어...."  좀 야단끼가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 와 닿는다.

여자 분은 나를 얼른 처다 보더니 말을 못하고 만다.

여기에 놔둘께요.. 나는 말을 마치고 부부의 상황을 빨리 마무리짓게 하고 싶었다.

여자 분은 고맙다는 이야기도 못하고 남편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남편이 눈치를 채고 미안스러워 하는 눈치이다.

언제나 말이나 행동에서 남녀 평등의 세상이 오려는지 안타깝다.

딸 아이를 둔 나에게는 그 여자 분의 짐 무게 만큼이나 마음이 무겁다.

세상이 보다 더 많이 바뀌어져야지 하는 생각이 지하철 내내 머리를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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