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무주 고추

마음의행로 2010. 10. 8. 10:30

  무주에 가면 안성이라는 고을이 있다.

그곳에서 어림잡아 6km(옛날 감으로) 정도가면 조그만한 마을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산등성이 하나 넘으면 무주 스키장과 만나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은 74년 겨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정말 깊은 촌 마을이었다.

인상이 깊었던 것은 아마도 겨울에 고기잡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워낙 시골이라 손님 대접하기가 어려운 동네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오후 좀 늦은 시간에 이장님과 몇 분이 고기잡으러 가자고 하시기에 따랐다.

 

큰 망치 하나와 고기를 뜰 수 있는 뜰채 하나 그리고 조그마한 바구리 하나였다.

당시 나는 이렇게 해서 고기를 잡는다는게 상상이 가지를 않았다.

동네 입구에는 조그마하면서도 제법 깊은 내가 흐르고 있었다.

냇가로 내려가서 큰 망치로 물위로 나와 있는 큰 돌을 치니

돌 밑에서 잠자던 고기들이 기절하여 물 위로 떠 올라 온는 것이다.

이 때 뜰채로 떠서 바구리에 넣으면 고기 잡이는 끝이 나는 것이다,

 

한번 내리치면 십여마리가 떠 올라오니 금새 저녁 매운탕 거리가 되었다.

떠 올라오는 고기들은 빨리 잡지 않으면 다시 슬슬 물속으로 살아서 들어가고 만다.

맛있는 매운탕이 마당 가운데 올려진 솥에서 끓는 냄새가 지금도 나는 것 같다.

 

이곳에는 동서의 누님이 살고 계신 곳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내가 결혼 할 때에 그 누님이 오셨었다.

그리고 나를 한 눈에 알아 보셨고 감사해 하셨다.

 

최근 그 누님되시는 분한테서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고추 농사를 많이 지으시고 계셨고 이걸로 아들 딸을 대학까지 모두 보내셨다고 하신다.

처가집 김장 고추를 그동안 대고 있었는데 우리집 고추도 함께 보내 주시겠다고..

아내는 고마워 했고 어제 그 고추가 도착했다.

 

결혼시 아내 손을 잡으면서

누구보다 잘 살라고 한 마음 따뜻한 분이다.

올 추석 때에는 모시 잎으로 만든 송편을 보내오셨다.

모시 잎 색갈은 연한 파란색을 지녀서 눈으로 만나면 눈이 물감으로 변하고 말게 된다.

그런 잎으로 송편을 만들었는데 속은 돈부 콩을 넣어 만들어서 깊은 시골맛에 빠졌다.

아내의 두째언니 편으로 보내왔는데 꼭 우리를 주라고 별도로 부쳤다고 한다.

 

그 고마운 마음을 지니신 분이 보내주신 김장 고추를 받고

아내의 입이 벌어졌다.

여보 !!  거의 태양초에 가까워 색갈 좀 봐 !!

나도 감탄을 했다. 어릴적에 마당에다 열어 말리던 고추 색을 보게 된 것이다.

 

미안스러워서.....

고추를 더 주려고 했는데 추석 지나고 고추들이 비 바람으로 수확이 뚝 떨어져

그리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전화 인사를 했다.

 

그 조그마한 마을, 물고기 잡이 이장님, 동서의 누님, 결혼식 때의 고마운 말씀,

김장 고추 이야기를 듣기까지

인연에 얽힌 사연들이 어언 36년이란 세월을 흐르게 하였다. 

 

올해는 그 선분홍빛 무주 고추로 김장을 맛있게 담을 것을 생각하니

가을 햇살보더 더 따스웁고 깊은 정이 담긴 김치 항아리가 떠오른다.

그 맑고 밝은 빛의 김치 맛이 벌써 입가에 도는 기분이다.

 

이모 !!  꼭 한번 놀러 와요, 그리고 그 옛날 신랑이 총각 때 일해 놓은 것 지금도 있으니

함께 다녀가요,

방도 여러개 있으니 편히 한번 쉬었다 가면 좋겠네..

 

전화 소리가 지금도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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