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66

"낙타" / 정도상(가슴에 묻은 아들, 고비 사막서 만나다)

짧은 유서를 남겨 놓고 아들이 자살했다. 아버지는 그 고통을 "옆구리에 까마득하게 높은, 절벽하나 만들어졌다" 고 표현했다. "생의 파도가 내 옆구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괴로워하던 아버지는 몽골 고비사막으로 떠난다. 고비에서 고비를 넘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막에서 아버지는 죽은 아들을 만나게 된다. 재회의 기쁨과 함께 삶의 의미도 깨닫게 된다. 소설가 정도상씨의 장편 소설 는 아들을 앞세운 아버지의 애끓는 진혼곡이자 사자(死者)와 동행한 구도 여행기이다. 정씨 본인의 아픈 체험이 반영되어 있다. 그 또한 소설속 아버지처럼 2005년 몽골에 다녀온 후 아들을 잃었다. 정씨는 '일체의 시멘트벽과 장식이 없고 오로지 뼈로만 이루어진 집을 꿈꾸게 된 것은 아들을 잃고 난 후였다" 며 ..

나의 여행 2010.03.08

너는 누구냐(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에서

어떤 여자가 중병에 걸려 한동안 무의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 세상과 저세상의 경계선을 방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위로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느님 앞에 서 있다고 확신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근엄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만 들렸다. "너는 누구냐?" "저는 쿠퍼 부인입니다. 시장의 안사람이지요" "네 남편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목소리가 다시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제니와 피터의 어미입니다" "네가 누구의 어미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선생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너의 직업이 무어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목소리와 여자는 묻고 대답하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지 ..

나의 여행 2009.09.08

이외수의 "청춘 불패" 중에서

누에의 한살이는 알에서 출발한다. 알은 일차원적인 생명체다. 하나의 점으로 붙박여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알은 순리의 법칙에 따라 부화된다. 부화된 알을 우리는 누에라고 부른다. 누에는 이차원적 생명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면 이동을 한다. 한 자리에 붙박여 있을 때의 알에 비히면 엄청난 발전이다. 누에는 뽕잎을 갉아 먹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 탈피를 위해 네번의 잠을 잔다. 그리고 잠자기가 끝나면 고치를 만든다.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로 변한다.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에가 만드는 고치로 비단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서의 문명을 연결하는 저 장열한 실..

나의 여행 2009.07.30

두 개의 보석

가끔 신께서는 우리에게 내렸던 축복을 거두어 가십니다. 당신이 은혜를 베풀고 요구를 들어주기만 하는 대상이 아님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신께서는 시험을 견디는 우리 영혼의 한계를 아시며, 결코 그 선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절대로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이 나를 버리셨어" 신께서는 결코 그런 분이 아닙니다. 종종 우리가 그분을 저버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신께서는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더라도 항상 충분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아니,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렵니다. 우리가 시험을 통과하고도 남을 만큼의 은혜를 베푸신다고. -- 스페인 부루고스의 시토 수도회 수도사 마르코스 가리아 내 독자 카밀라 갈방 피바가 보내온. 이라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믿음이 깊은 ..

나의 여행 2009.06.29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얼마 전 아내가 이파네마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한 스위스 관관객을 도왔다. 아내의 말로는 그가 억약이 강하고 알아듣기 힘든 포루투칼어로 여권도, 돈도, 묵을 곳도 없다고 하소연 하더라고 했다. 아내는 그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호텔에 묵을 수 있도록 돈을 주며 대사관으로 가보라고 조언해주고는 헤어 졌다. 며칠 후, 리우데자네이로 신문에 이 "스위스 관광객"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알고 보니 그자는 일부러 괴상한 억양으로 말하며 선량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기꾼이었다. 피해자 중에는 리우데자네이로를 사랑하고 도시의 나쁜 이미지를 지우려고 애쓰는.... 그것이 이치에 맞든 안 맞든 간에.... 우리 같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기사를 읽고 아무렇지 않는듯 말했다. "그렇다고 어려움에 처한 사..

나의 여행 2009.06.26

고독한 불씨

후안은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목사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차차 교회에 발갈을 끊게 되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밤 목사가 그를 찾아왓다. "보나마나 다시 교회에 나오라는 거겠지" 후안은 생각했다. 교회에 발길이 뜸해지게 된 솔직한 이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똑같이 반복되는 설교 때문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후안은 속으로 핑게거리를 찾으며 벽난로 앞에 의자를 두 개 가져다 놓고 날씨 애기를 꺼냈다. 목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시도하려던 후안 역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거의 반 시간동안 말없이 불만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목사가 몸을 일으켜 장작개비로 아직 타지 않는 불씨 한 조각을 꺼낸 것은, 열기를..

나의 여행 2009.06.25

내 안에 온 우주가 존재하는 이치

상파울루에서 태어나 뉴욕에 자리 잡은 어느 화가의 집에 간 적이 있었다. 우리는 천사와 연금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나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다. 연금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내면에 우주를 담고 있으므로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그런데 그 말의 요점을 짚어줄 적절한 비유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그때, 잠자고 내 말을 듣고 잇던 화가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스튜디오 창밖을 보라고 말했다. "무엇이 보입니까?" 그가 물었다. "그리니치빌리지 거리요" 몇몇이 대답했다. 화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종이 한 장을 창유리에 붙였다. 그리고 주머니 칼로 그 위에 작고 네모난 구멍을 냈다. "자 이제 무엇이 보일까요?" "같은 거리겠죠" 누군가가 대답했다. 화가는 종이에 여러..

나의 여행 2009.06.24

죽음으로의 공부

우리 자신의 나르시시즘, 자기 중심주의, 오만함을 더욱 더 줄여 나갈수록 죽음을 덜 두려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을 더 많이 더 많이 나누게 된다. 더 이상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우리 자신으로 부터 눈을 돌려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알아 보게 된다. 점차 자기 자신을 알고 더욱 더 신을 기억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종교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끝나지 않는 여행" 중에서

나의 여행 2009.04.17

[스크랩] 정미경의<밤이여, 나뉘어라>

이루지 못할 꿈을 좇는인간존재의 허무 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은밀한 성찰의 기획을 여로의 구조를 통해 시사화 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 인용되어 있는 "안데르센의 꿈" 처럼 도달할 수 없는 대상에 다다르고자 하는 인간 의지에 대한 덧 없음을 작가 특유의 흡인력있는 문장으로 보여 준다. 영화 간독인 "나" 는 함부르크에서 자신의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것을 맞아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옛 친구 P를 만나기로 한다. 미국 유명 병원의 외과의로 이름을 날리던 P는 돌연 노르웨이로 거처를 옮겨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집에서 머무르는 단3일 동안 자신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P가 알콜 중독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기억과 욕망이라는 신의 영역까지 인간의 힘으로 다스..

나의 여행 2009.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