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너는 누구냐(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에서

마음의행로 2009. 9. 8. 19:43

  어떤 여자가 중병에 걸려 한동안 무의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 세상과 저세상의 경계선을 방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위로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느님 앞에 서 있다고 확신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근엄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만 들렸다.

 

"너는 누구냐?"

"저는 쿠퍼 부인입니다. 시장의 안사람이지요"

"네 남편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목소리가 다시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제니와 피터의 어미입니다"

 

"네가 누구의 어미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선생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너의 직업이 무어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목소리와 여자는 묻고 대답하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지

목소리의 주인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너는 누구냐?" 다시 여자가 대답했다.

"저는 기독교인 입니다"

 

"네 종교가 무언지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매일 교회에 다녔고 남편을 잘 내조했고,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네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네가 누구인지 물었다."

 

결국 여자는 시험에 실패한 모양이었다.

다시 이 세상으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병이 나은 다음 그녀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 생략

 

내가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면 나는 뭐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언제언제 부모님한테 태어나서 자라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또 대학원을 나와

무슨회사에 다니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다니는 누구입니다.

이게 답이 아닐까? 싶다.

 

물론 네가 무슨학교를 나왔는지 묻지를 않았다 너는 누구냐? 라고 말을 할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게 답을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 생각이다.

모르면 몰라도 나는 아직도 형성되어 가는 존재이지 완성된 내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답과는 너무 거리가 먼 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이다.

그 때 만큼은 온전히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그때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마음이 밝아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나를 알아가기 때문이라서 그런가 보다.

나도 나를 몰랐던 나를 그때 가장 많이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나를 발견한 것이지 그게 내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도 가장 근접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때 뿐이다.

어쩌면 이들이 모아지면 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직 끝나지 않는 나,

끝내는  내가 없는 것이, 내가 없어 질때  내가 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