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은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목사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차차 교회에 발갈을 끊게 되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밤 목사가 그를 찾아왓다.
"보나마나 다시 교회에 나오라는 거겠지" 후안은 생각했다.
교회에 발길이 뜸해지게 된 솔직한 이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똑같이 반복되는 설교 때문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후안은 속으로 핑게거리를 찾으며 벽난로 앞에 의자를 두 개 가져다 놓고 날씨 애기를 꺼냈다.
목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시도하려던 후안 역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거의 반 시간동안 말없이 불만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목사가 몸을 일으켜 장작개비로 아직 타지 않는 불씨 한 조각을 꺼낸 것은,
열기를 잃은 불씨는 스르르 꺼지기 시작했다.
후안은 불씨를 급히 다시 벽난로 속으로 집어넣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목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후안이 대답했다.
"제아무리 맹렬히 타오르던 석탄이라도 불에서 꺼내면 결국 꺼지고 맙니다.
제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형제들에게 멀어지는 순간,
온기와 불꽃을 잃게 되지요.
다음 주일에 교회에서 뵙겠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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