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66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서먹해지고 어색해 진다. 버스에서 내리다가 학교 앞 지하도에서 올라오는 그와 마주쳤다. 인사를 한다는 것이 그의 손을 잡아버렸다. 야위고 뼈만 남은듯한 손이 내 손안에 있었다. 강인한 손뼈의 감촉, 야위었지만 그의 손은 거친 연장같았다. 눈으로 반가워 하며 그도 내 손은 꼭 쥐어 주었다. 바로 손은 놓았어야 했는데 손을 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반가움은 사라지고 곧 침묵 속에 놓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놓으면 될 순간을 놓치고 나니 점점 더 손이 의식되었다. 탁 내려 놓자니 어색하고 그렇다고 계속 잡고 가자니 손바닥에 땀이 밸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그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만 했다. 우리는 어정쩡하게 손을 ..

나의 여행 2010.06.18

인연 중에서/최인호

작가의 눈에서 나오는 발상은 새로운 자연을 탄생시키는 것 같다. 저녁이 되면 대 자연의 모든 식물과 짐승들의 눈빛이 순해지고 밤을 맞이 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 지상의 모든 생명들이 자신의 외로운 그 눈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의 어께에 지고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닐까(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하는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린 아이의 존재는 이 땅위에서 가장 빛나는 혜택이다. 죄악에 물들지 않는 어린 아이의 생명체는 한없이 고귀한 것이다. 우리는 어린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아이를 통해서만 우리는 이 지상에서의 천국의 그림자를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생활은 고스란히 하늘나라에 속한다. 이승과 저승은 다만 보이지 않는 하나의 창을 두..

나의 여행 2010.06.11

我不流 時不流/이외수

사랑이 현재 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세상을 사랑없이 살아 갈 수는 없지 않는가. 세상은 살아 갈수록 복잡해 지고 인생은 살아 갈수록 간단해 진다. 그래서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떠날 때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의 여행 2010.06.10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경숙

어느날 밤이었어. 크리스토프가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희미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네. 이 한밤중에 누군가 싶어 문을 열어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어, 어두움 뿐이었지. 문을 닫고 들어와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또 크리스토프 !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다시 나가 보았으나 마찬가지로 짙은 어두움 뿐이었네. 세번째 부르는 소리는 바로 곁에서 들리는 것 같았어. 사방을 둘러보고 집 바같으로 나가 강으로 갔지. 어둠 속의 강가에 한 아이가 서 있었어. 아이는 오늘 밤 안에 강 저편으로 건너가야 한다면서 크리스토프에게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 아이의 청이 간절해 크리스토프는 깊은 밤이긴 하지만 이깟 아이쯤이야! 여기며 아이를 어께에 태우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네. 그런데 크리스토프가 강..

나의 여행 2010.06.10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상사에게 야단 맞고 부인은 늘 잔소리고, 사는게 재미 없었습니다. 그는 행복의 나라로 가기로 했습니다. 걷고 또 걸어 이제 사흘만 가면 행복의 나라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밤 장난꾸러기 요정이 그의 구두코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구두코가 향한대로 사흘을 걸어간 그는 드디어 행복의 나라에 도착했습니다. 그 나라에는 아침에 나갈 직장이 있고, 곁은 지켜 주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행복의 조건은 세가지 -사랑하는 사람, 내일의 희망, 내가 할 수 있는 일- 라고 합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라고 하면 구두코를 반대방향으로 놓아 보십시오. 장영희("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서

나의 여행 2010.06.01

"마음 항아리"/장영희("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미국의 유명한 경영대학원 한 교수가 시간쓰는 법에 대해 특강을 했다. 그는 항아리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주먹만한 돌들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항아리 위까지 돌이 차자 그가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찼습니까?" "네" 학생들이 대답했다. 그러지 이번엔 항아리를 흔들어 가며 자갈을 채웠다. "이제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이 다시 "네" 하고 대답했다. 이번엔 모래를 가득 붓고 물었다. "이제는 가득 찼지요?" "네" "학생들이 다시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물을 항아리에 가득 부었다. "지금 여러분에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학생중 하나가 손을 들고 말했다.(손을들고 난 후 말했다) "아무리 스케줄이 꽉찼다 해도 언제든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의 여행 2010.05.31

"사랑과 미움 고리를 이루며/장영희("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에서)

요새 수수께끼와 심취해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조카 건우가 물었다. "이모, 지금 세상에서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하고 있는게 뭔지 알아.?" "글쎄,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늙어가고 있겠지." 웬일로 내 머리에서 지박한 답이 생각났다 싶어 얼른 대답했다. "늙어가고 있다고? 틀렸어 답은 모두 숨을 쉬고 있다는 거야" 건우가 의기 양양하게 말했다. 태어나자 마자 모든 인간은 "늙어가게" 마련이니 내 답도 맞다고 항변할 수도 있었으나 그만 두었다. 사실 내가 건우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대답은 "이 세상사람 모두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마음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였다. 인종이나 국적, 나이나 직업에 따라 우리 사는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우리 삶의 모든 일은 결국 사랑과 ..

나의 여행 2010.05.26

어느 스님께서

어느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결혼을 하면서 신랑은 신부에게 신부는 신랑에게 조건을 모두 보아 두었다가 더 많이 받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결혼을 하니 조금만 지나면 못살겠다고 하고, 이혼하고 한다는 것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절대 그런 이야기나 행동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를 낳고 3년은 어린애를 위해서 살란다. 절대 떨어지지 말고 싸움하지 말고 어린애만 위해서 살란다. 그리고 3살이 넘으면 그 때는 부부를 위해서 살란다. 부부가 떨어져 살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직장을 옮기면 같이 따라가서 살란다. 부부가 함께한 가정은 애들이 절대 탈선을 하지 않는단다. 그리고는 부모를 위해서 살란다. 효가 없는 가정은 애들로 부터 그대로 물려 받기 때문이란다. ..

나의 여행 2010.05.11

마음에 말걸기(대니얼 고틀립 지음/노지양 옮김)

희망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희망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 내 인생을 바꾸어 주리라는 기대속에 나를 가두어 버리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희망 없음이 꼭 절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 없음은 우리에게 지금 이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며 다음과 같은 삶의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 준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 있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 : 우리에게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죽지 않는다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 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죽음을 피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정작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시간이 부족해 진다.

나의 여행 2010.04.27

"투명인간" 손홍규(2010 이상문학전집 제34회)

아버지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의식을 형상화 어머니와 나, 여동생은 아버지의 생일을 앞두고 의기투합 한다. 즉 생일선물로 아버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로 한것. 아버지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숙고하다 "눈을 마주치지 않기" "몸을 부딪혀도 모른채 하기" 등의 방법을 생각해 낸다. 드디어 생일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가족을 보고 반가워 하지만 아무도 그의 존재를 받아주지 않는다. 연극이 시작되었다. 가족의 반응이 재미있어 하는 아버지는 연극에 기꺼이 동참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양쪽의 신경전이 팽팽히 맞서고 어느쪽도 먼저 항복하기 싫어한다. 곧 아버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에 익숙하여진 가족을 일요일 아버지는 간편한 차림으로 외출을 하고 아버지가..

나의 여행 201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