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283

애처롭다

애처롭다 얼음 언 분화구가 화성에 있다는데 뜨거운 주변 열기를 막아내면서 무언가 닮아지고 싶어 하는 눈 옴조롬이 서로를 견디고 있다 펭귄 가족들 서로의 몸으로 남극의 칼바람을 간절하다 더 이상 물러서면 무생명체 남극 저 눈을 녹여 누군 음료를 꿈꾸고 있다는데 폭로된 인간의 속도 드러낸 정복의 쓰레기 사람 없는 화성 그래야 산다 살려야 한다

시 글 2023.01.05

늑대의 노래

https://youtu.be/MJ4ijcV--ZI 소리를 찾아낸 하늘을 보았네 어디서 불러왔는지 보이지 않는 소리를 끌고 온 득음 뚫린 구멍 종이를 통과하던 태초의 바람소리 비밀을 아는 듯 메아리 하울링을 들은 듯 동물의 음성을 회복한 듯 목구멍 어디쯤에 떨켜를 시켜 색은 소리에 한을 입혔나 조선의 태음을 실은 랩이 건들건들할 때 너는 지구를 들썩 이더구나 찰랑거리는 파도를 끌어낸 어깨춤사위에 걸린 흥 배꼽에서 펌핑한 울대가 울먹거려 귀의 긴 나팔은 행성의 소식을 들었을까 소리의 신과 무수한 합일을 주문한 音神이 지은 음표들의 춤 스스로 재물이 되어 매어 달렸던 걸까 악기는 그렇게 울었다 슬프고 슯지 않게 흐느끼나 느끼하지 않게 넘어가는 꼬리에 흥이 달리게 나도 저런 소리 한 번 가져봤으면 하게 하늘은..

시 글 2022.12.28

*모슬포에 있었다

떠났다는 말이란 뭘 말하는 건지 사실을 모르겠어 언제나 너는 떠나 있었다 가끔 만나 가평을 말할 때 빼놓고는 개구리 땅 속과 물방울 구름 속 같은 악수하는 순간 사라지고 나면 서로 잊고 사는 시간이 더 컸는데 우리는 친구였어 개망초 피고 백일홍 피고 살구나무 꽃피면 같이 피리를 불었지 네가 시험에 붙었을 때 너는 네가 붙었고 나는 내가 붙었고 같은 대문 열고 다녔던 직장 네 길 내 길 멀리 떨어진 달 같았어 휘파람 불면 떠오르는 달 말이야 네 내는 만나질 못하고 만나자 만나자고만 배부르게 불러댔지 왜 존경한다는 아버지는 어디다 두고 다녔던 거냐 네 딸이 오래 살다 가야 효부가 되는 거 잊었던 게냐 안방 떠나 문간 방 더 작은 방으로 옮겼다며 거리란 참 우스운 것이어서 내 달과 네 달이 떨어진 거리와 네와..

시 글 2022.12.21

*또 해를 넘겼다

해마다 철이 오기 전부터 다가오기 시작하면 날은 추워오고 심란했다 김장 김치 맛은 양념 맛이라서 빈 구석 맛의 여백을 찾는 혀가 이때는 바쁘다 '어때' 라는 말은 짠지 매운지 맛이 살아있는지 감칠맛이 나는지 시원한 맛이 들어있는지 시간 지나면 좋은 맛이 될 건지를 묻는 양념같이 어려운 단어다 이보다 해석하기 어려운 시간은 없다 싱겁거나 심심하거나 그런 맛이야 그럼 신안 천일염을 조금 더 칠까 아니 백령도 특산 까나리 액젓을 살짝 넣자 갓 올라온 재료가 맛을 내는데는 양념들도 서로 부러워해 비가 찬 이랑 물에 뿌리부터 물이 밴 올 배추나 무는 무맛이었다 자연의 변덕은 본 성질을 바꾸고 부족한 맛을 채울 질 높은 재료를 챙겼다 춘천 강릉 광천 영양 해남 소래 신안 백령도... 바다와 산이 쓸려 들어갔다 머리..

시 글 2022.12.15

지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오늘을 건너뛸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조선왕조 임금을 면회할 수 있을까 어제 빨랫줄에 걸어놓은 달을 걷을 수 있을까 혼이 다 빠져나간 건너는 일은 이승과 저승 같아서 삶에 약속은 없었으니 나비의 날개를 원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내가 또 내가 언어의 걸음 속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시냇물이 모양을 바꾸듯 눈이 밟은 아침 안개가 숨 쉬러 나왔네요 경계를 형성하려는지 보이려 하는지 하루를 지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오늘을 건너뛰어

시 글 2022.12.01

귀의 가난/손택수

소리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감각이 흐릿해지니 마음이 골똘해져서 나이가 들면서 왜 목청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어머니 음식맛이 왜 짜지는가 했더니 뭔가 흐려지고 있는 거구나 애초엔 소리였겠으나 내게로 오는 사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 되묻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을 한다 너무 일찍 온 귀의 가난으로 내가 조금은 자상해졌다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시집에서 (쉽고도 호흡이 너무 좋아서 보내 봅니다)

시 글 2022.11.28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를 영혼의 한쪽이 머리 뒷 켠에 멈춰 서 어머니 생각에서 돌아온 것처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신의 허파 한쪽에 다녀온 듯한 창이 퍼덕였습니다 붓끝 굶주림을 띄우려 해도 나지 않는 숙연함은 처음이 깨어질까 말림 때문만 아닐 겁니다 그 애잔 떠 심장에 심어 살아나게 싶어서입니다 그리워했을 따뜻해했을 삶을 다독일 은밀한 운치의 시선이었기에 기도합니다 당신, 남은 허파에 보낼 허기진 기별을 세상은 참 갸륵도 합니다 짧은 순간이 움직여 내는 파고가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내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시 글 2022.11.21

빈 곳

늘 빈 곳을 차지한 긴 발화 말복 밭 골 찬바람 부채이었고 언덕 이마에 서릿발 한 줌 뿌려 준 누군가 널 부르면 먼 곳 한참 비켜보던 바람 초가집 뒷뜰 한켠에 서 있던 개망초 또 누군가의 가장 비천한 존재로 덪을 씌운, 인간을 사랑하는 가슴 브로찌 계절이 소멸되지 못함은 되지 않는 이름 붙인 손을 떠난 바람 때문, 겨울도 지탱하는 나무가 못 되어 한을 여름내내 풀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빈 자리 찾아 나선 행선은 또 어느 시인의 뜸질 메꾸시려고 차림 하셨는지요

시 글 202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