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가운데가 왜 오목한 지
(한강 생태공원 한 바퀴)
비 그친 뒤
땅은 빨랫줄에 방금 연 옷처럼
여름을 물고 땅의 근육과 핏줄을 끌어 쥐고 있다
바닥을 딛고 선 맨발
하얀 개망초 열 송이 발끝에 피워내고
밟히지 않으려면 길을 내 주거라
숲은 하늘 닫은 오솔길에 구불구불 골목길 터 주었네
가끔은 물웅덩이 세족탕을 파 놓고
조심을 파종한다
심심했던 지 길
동생 밴 어머니 배처럼 빙 돌아서 나오게 하고 여섯 달만큼 길을 늘여놨다
까치밥 된다는 찔레꽃 씨앗
아직은 푸른, 겨울 색을 고르는 중
작년에 보았던 고라니 오줌발 옆
노루오줌꽃이 대신 피어 하늘에 선물한다 살빛 브로치를
오솔길 가로지르는 작은 뱁새들
한 방향 가는 길에도 여러 길이 있다고
이쪽저쪽 파고드는 쪽숲
어둠은
소리를 집어먹고 그림자를 훔쳐먹고
고요를 내놓으며 하루의 호흡을 시작합니다
작은 벌레 밟히지 않게
마지막 시공간을 비어 두는
내 발바닥 가운데가 왜 오목한 지
틈을 개미는 알고 있을까
순간 하늘이 보였을
가장 재미 있었던 발견 하나
무거운 쪽이 내려가는 시이소
가방을 오른쪽에 매었는데 외쪽 어깨가 내려가는 먹통 물리학 해석
살아감에는 균형 유지가 더 앞서감이었죠
불안했던 장기들 방귀 몇 모금 뿜어내더니
이내 편안해지는 해걸음 맨발 걷기
한강 생태공원 한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