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채집되는 시대

마음의행로 2023. 8. 28. 20:51

다급한 파동이 사이렌을 쫒는다
찔린 심장은 내 일인 양 조여 오고
가던 차선을 바꿔 차고 옆 친구를 흠칫하는 자동차들
신호등은 색깔의 순서를 잠깐 모른 채하고 있다
시간들은 일제히 병원 시각으로 조각되어 따라가고

응급실 눈은 두 배로 확대합니다
귀는 말귀
병실은 삼 배속 시디플레이어로 돌아가는 손 놀림들

채집한 병색은
상형문자로 말하는, 숲을 떠난
두 구루 암수 은행나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뚱이만 남겨진
절단이 렌즈에 뛰어든 사유

가끔은 건물도 종양이 되어 메스로 잘려 나갔고
빨려들어온 수배자 행방에
뒷편 조사실은 긴급 수사망이 손을 뻗히기도 했다

도시를 구석구석 스캔하는 내시경은
쉼 없는, 골목을 뒤지는 일
사이렌은 가지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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