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321

어깨 사이

똥그란 둘레 둘이 어떻게 만났지 바람으로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고 꼬집어 보면 서 있던 자리에 지국이 남아 거기에서부터 이었겠네 흔들리지 말자고 그때마다 집어넣기로 했나 스치든, 밀든, 던지고, 삼켰던, 왜 좋은 하늘땅도 많았잖아요 그럴 때면 소리를 모으기로 저기 좀 봐요 뾰쪽한 삐딱한 반반한 각진 별이 되어 어제를 끌어안고 섰네요 저때는 풍우 시절 더 꽉 껴안고 버티는 것 좀 보세요 오히려 성큼할 때 느슨을 망이 들었다 놓았다 다지는 것 좀 봐 던진 입이 꼬리 눈빛되는 날 흔들렸던 푸른 잎 아니었나 식었다 뜨거위 지는 땀 검게 탔네 많이도 반들반들 아이들 무서울 땐가 봐 키가 웃자랐어요 ㅎㅎ 당신이 가끔 팔짱 끼고 걷자 할 때 숨이 펄펄 이었어 한 주먹을 펴내 보일 때 나는 당신을 확인했지 뭐 멀지도 가..

시 글 2024.07.05

오래 된 둔벙

파도는 훔칠 게 바다 층수만큼 많을걸요 깊고 오래 된 숨 쉬면 길게 산대요 숨이 가득할 시간이에요 그물코가 찢어질 물 때를 아시죠 건져 올릴 게 무작정 이거든요 하지만 빠지는 농도엔 위험이 잠겨 있어요 모른 척 살아 있거든요 아직도 덫이 처음엔 돌로 내리쳤어요 오죽했겠습니까 뭍에서는 둔벙집을 지었어요 숨어 들어오는 게 제법이었지요 바다가 둔벙인데 고깃집을 지을 수 있었겠나요 막아야지요 모래는 날아가고 흙은 무너지고 돌 밖에요 바다 끝에 돌성을 쌓기로 했지요 높이를 깨뜨렸어요 묻자 담 높이를 이웃의 숨들이 들락이고 하루치, 두 번의 호흡은 바등거렸죠 어쩌겠어요 죽방렴 저인망은 집게발 계산식이지만 가뿐 허공 숨 말고 비늘 붙은 대로 지느러미 달린 대로 깊게 딱 붙어살기로 했어요 그날그날, 너무 많이 훔치면 ..

시 글 2024.06.27

손을 넣다

손을 넣다 태백산맥이었습니다 한 들린 고개였고 긴 강물이었습니다 오늘 잡은 손 가벼운 바람이었습니다 핏줄 한 톨 어디 섞이지 않은 애착을 숨겨왔는지 가만히 보내고픈 연민을 넣어 본 겁니다 이름 앞에 서면 그녀는 그랬지요 왜 민들레는 도로 민들레가 되는지 이름도 성도 삭힘 당한 채 누구 할머니라고 이름으로 불러 줄 때 나라고 나서야 했던 나 아닌 나 애써 손자의 끈으로 겨우 불려지는, 사돈의 딸이 나만 같아서 내 손이라고 이게 억지를 써 보는 겁니다 어머니라 불러 주는 딸 아닌 유일한 동성 내 손보다 귀해 넣어 본 겁니다 보세요 잠길듯 열리고 열릴듯 잠기는 끊기지 않은 우화 이제야 나를 벗게 되는 날 이 빈 바람 한 점, 넣어 보는 겁니다

시 글 2024.06.16

바뀐 이름

맹수를 피해 낙타가 사막으로 들어가듯 앤텔로프로 이주해 온 불안은 아예 몸을 바꿀 생각에 줄기를 여러 갈래 가지로, 가지를 휘어 숨을 집을 지었다 혹 이름을 가지고 있니 어느 날 저벅저벅 황색 그러니까 머리에 새의 깃털을 꼽은 인디언과 마주쳤을 때 되살아난 아찔한 피난의 악몽이 욱신거렸다 소리가 가만히 다가가 네 이름을 '별이 부서진 지붕'이라 부르고 싶어 별 밖에 보이지 않으니 ......... 내 이름은 '가시덤불'이야 민망과 어색이 지나간 것은 순한 눈망울이 새 이름을 불러주고 난 후부터였다 새 바람이 일었고 계곡은 다시 흘렀다 해와 달은 '별이 부서진 지붕'을 바꿔가며 찾아왔다

시 글 2024.06.12

왜 순해지는지

시작과 끝을 아침과 저녁으로 보는 실존 하나 있어요불덩어리를 안고 속도 걱정 하나 없이 곧장 나아가는생명의 적혈구 하나와파란 지붕을 띄우기 위해, 검푸른 물을 가둬 놓으려날랜 여우가 굴을 파고 살게, 황새가 날개를 접을 수 있게,강과 바다를 벗어난 세포 하나와산소 하나에 수소 둘이 어깨를 맞대면왜 성질은 부드럽고 순해지는지몸이 마르지 않게 촉촉한 수분 하나와가지 않은 곳 닿지 않은 어디에도 없이남을 깨워 흔들어 자기를 알리는투명 인간처럼 돌아다니는 신경 세포 하나태양도 땅도 바다도 바람이 여태 살아왔음은두 떡잎 사이에서 태어난 누구 하나를세우려 이어 지켜온 순환그렇다면작지만 그는 우주 하나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어떻게들 생각하세요그가 내 영혼의 뿌리였다면실존은 혹 꽃으로 피어 나왔을까피고 지고 또 다른 피..

시 글 2024.04.26

혜화역에서

혜화역에서/곽 우 천 혜화역이었다 왜 기다리고 이 시간에 어둠을 파 놓고서 여기는, 누구의 뱃 속이라고 소리가 있어 불빛 있는 곳으로 뛰었다 고기가 입을 다물기 전에 살아야 했으니 늙지 않는 할머니를 또 본다 천당 가는 중간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꼭 지나가고 말지만, 그 패를 건너 골목이 개미집 쪼갠 길 페트라를 찾아갑니다 그곳에 백지장 한 분이, 달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면 누가 올 거라는 신앙으로 버티고 계시죠 어서 와 세상에 사람이 없어 아무도 텅 비어 있어 어느 날 씨름을 했어 혼자 놔두고 당신은 고독하지도 않으냐고 내가 다 죽이지 않았으니 죄짓지 않았으니 모센가처럼 당신의 땅에 못 가게 말라고 세상이 갑자기 튀어나와 당신은 꿈을 꾸고 있소 세상은 없는 거요 당신이 세상 아니란 말이오 나도..

시 글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