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짜깁기한 몽타주

마음의행로 2023. 9. 10. 08:10

땅이 하늘이 웅얼거렸다
에덴이 떨렸을 때
아담은 풍선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뿌리는 끈질긴 촉수로 땅에 붙임성을  파고든다
어디서 생겨났는지 근육질은 향과 열매로 가족을 낯선 고을에 아뢰었다

'나하고 농사짓자'는 밥상 언저리에 아린 토 하나
애먼 숟가락으로 찔림을 당한 아침 상
허허 뒤꼭지에 보여 준 하얀 웃음 한 뼘은
진학을 묘사한 어머니의 눈치를 알아 챈 남자가 취할 헤아림 뿐이었을까

숟가락 하나면 열 두락 들판인 시절,
길이도 무게도 아닌 머리수가 잣대였을

태양을 담을 저수지 긴 제방은
여섯 알 고동 주판으로 쌓아 세운 가계부였다
일순간 폐에 바람이 다녀간 것은
벌어 왔던 논 밭 산 허리까지 갉아먹은 길어진 병와

아버지 쪽에 누가 더 서럽게 섰을까
떠들썩했던 제사 날 화투장들
저마다 박음질해 둔 필름 조각들을 꺼내 붙인다
찢겼으나 웃는 몽타주가 나왔으니 모두 웃었다

떠나온 육이오 고향 동산, 에덴으로 돌아감은 혹 선조의 위로를 받으셨을까

오후 햇살에 덥혀진 바위, 그 체온 따숩게 느껴오는 끝자락 가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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