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나라 말 너의 큰 귀를 잡고 잠을 들어 올렸지 내 귀가 찢어지는 걸 느꼈어 화날 때 '꾸룩꾸룩' 하길래 무슨 말일까? 핸드폰에 너의 나라 말을 선택했어 '달나라'라고 그랬더니 '밤잠 깨지마'로 나오네 미안해 너의 밤은 나의 낮이라는 걸 달님이 입에 묵음처리 해 놓으셨더라고 너 없을 때 도망갈 구석 하나 사 놓았어 써 놓은 시들 넣어둘 월세방 시 글 2024.08.07
너를 하늘에 실잠자리 하나 찾아오지 않은 심심한 오전 궁뎅이들이 말을 타고 하늘을 오르는 기다림은 유치원 '잘가세요' 선생님 손흔드는 바람이 지고난 오후 겨우 무릎 하나 세웠는데 꿈 아이들에겐 하늘을 나는 잠자리보다 짧은 방학 시 글 2024.08.02
공중 제비 빨간 뒤지에 세자를 꾸겨 넣었지 역대 임금을 단 하루 다시 살게 한다는 넷플릭스를 돌렸을 때 영조대왕 세자와 다시 대면케 된 사법의 날 사도는 창자를 꺼내 엎디었고 짧은 안경을 집어던진 왕관 진달래꽃 창경궁에 화사가 돌고 눈시울 쏟아낸 춘당지가 출렁 입 다문 궁궐이 하늘 잔치라네 궁핍한 어휘 어색한 표정 궁뜰로 사뿐 걸음 내려서니 한 자리 지킨 허리 굽은 혜화나무 지팡이 마저 공중제비 하네 시 글 2024.08.01
닮아가는 시간 가장 안 닮았다던 둘째 그럴수록 틈이 벌어져 갔다 꼿꼿한 자세도 바른 걸음걸이도 바꾸어 보고 이 모양 저 모양 목소리까지 어머니 쪽으로 기울어져만 갔네 누구를 닮아간다는 건 조용한 오솔길 걷기에 몸 맡기는 것 첫 참외 원두막 데이트, 오누이처럼 닮았네 벌써, 망지기 할이버지 갈수록 멀어져 가는 부성은 아내 쪽으로 더 여물어져 가고 삼배옷 입고 가신 날 엎디어 얼굴 한 번 맞대어 보았을 뿐 훗 날 흉내, 속내 꼭 닮은 둘째, 아버지였다 시 글 2024.07.23
기다리는 중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는지 기차도, 식사도, 쇼핑도, 모임도, 티켓팅도, 은행도, 여행도 ... 기다림의 풀밭 아이러니는 과거를 기다리는 중 육이오 철모 안에 써 넣은 그의 편지 시 글 2024.07.17
못생긴 세상 못생긴 세상은 모두 웃는다 웃음은 못생긴 세상에서 산다 모두가 배고팠을 시절에도 웃었다 저렇게 이빨 빠진 줄도 모르고 이빨 빠진 배고픔도 모르고 웃었다 시 글 2024.07.16
천직 너의 천직은 철새 발은 묶이지 않았고 날개는 한 없다 네 목으로 채우려는 욕망은 수평선을 넘어섰고 죽음 건너 하늘에 이르렀지 그러나 네가 닿지 못하는 건 너의 불신이라는 의심의 눈동자 내려 놓지 못하는 끊임 없는 출발의 자세 너는 사라지고 너와의 대화 속에 살아나는 너, 로부터 말해지는 체언 시 글 202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