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오래 된 둔벙

마음의행로 2024. 6. 27. 23:05


파도는 훔칠 게 바다 층수만큼 많을걸요
깊고 오래 된 숨 쉬면 길게 산대요

숨이 가득할 시간이에요
그물코가 찢어질 물 때를 아시죠
건져 올릴 게 무작정 이거든요

하지만

빠지는 농도엔 위험이 잠겨 있어요
모른 척 살아 있거든요 아직도 덫이

처음엔 돌로 내리쳤어요
오죽했겠습니까

뭍에서는 둔벙집을 지었어요
숨어 들어오는 게 제법이었지요

바다가 둔벙인데 고깃집을 지을 수 있었겠나요

막아야지요
모래는 날아가고 흙은 무너지고
돌 밖에요

바다 끝에 돌성을 쌓기로 했지요
높이를 깨뜨렸어요

묻자 담 높이를 이웃의 숨들이 들락이고 하루치,
두 번의 호흡은 바등거렸죠
어쩌겠어요

죽방렴 저인망은 집게발 계산식이지만

가뿐 허공 숨 말고
비늘 붙은 대로 지느러미 달린 대로
깊게 딱 붙어살기로 했어요
그날그날,
너무 많이 훔치면 오래 못 갈 거예요
날 끝까지 아주 원시로 살 거예요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깨 사이  (0) 2024.07.05
새로운 시각  (0) 2024.06.30
'고수레'  (0) 2024.06.24
손을 넣다  (0) 2024.06.16
바뀐 이름  (0)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