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그의 뿌리를 내리고 허리를 세워 팔을 세상에 편하게 편 나무를 보라 집 귀퉁이에, 바위 위에, 물구덩 안에 때론 아무도 없는 너른 벌판에 평화의 얼굴로 나래를 편 모습을 보라 세상에 오기 전 모습을 그대로 전하려 왔느뇨 생명을 내 놓을 가뭄 속에서도 두려움 한 점 없는 평정.. 시 글 2017.02.26
별을 이야기 하다 할아버지 짜증내지 마 운전석 오른쪽에 앉아 세상을 배우는 꽃 그럴듯한 폼 균형잡힌 언행 세상은 나를 그리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거죽은 이것 저것 바르고 둘르고 감고 쓰고 코디 말씀따라 이 구색 저 구색 그러나 영락없는 속물임에 다름이 없었다 이건 뭐야 이건 뭐야 자동차 .. 가족 이야기 2017.02.22
낡음과 늙음 오래전부터 입엤던 옷 색은 좀 바랬으나 깨끗하게 보존되어 진 너를 입고 나설 때 나는 겸손하여 지고 차분하여지고 맘 편해짐을 느낀다 할머니 그 옷을 왜 입으세요 좋은 것 있잖아요 오냐 나는 이게 제일 편하고 좋아 이게 가장 맘에 들어 다른 옷은 내 것이 아닌것 같아서... 그.. 살며 생각하며 2017.02.12
또 다른 여행 하늘 위의 세상은 심심하다 친구도 없고 무한한 우주만이 허공을 헤맨다 소리도 없고 이야기도 없고 다툼이라도 있어야 구경이라도 하지 눈에 빤히 불을 켜고 있는 무수한 별들 속삭이기라도 해보았으면 엿이라도 듣지 잘난 놈도 있고 못난 놈도 있고 많이 가지고 있고 없고 뭔가.. 시 글 2017.02.08
어떤 기도 가슴 멍멍한 그 앞에는 유령 같은 눈 빛으로 화성에서 광물을 찾고 있었다 삽 자루는 삭았고 힘들어 보였다 수 많은 영혼들이 흔들거린다 꼬리를 단 반딧불이 산천을 돌아다닌다 천막 극장 입구에는 만원짜리 지폐를 들고 줄을 섰다 이걸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당신의 무거.. 시 글 2017.01.26
병영 일기 취침도 두려운 시간 무거운 몸은 지옥 밑으로 들어가고, 즐기던 잠 흔드는 손 K이병 보초야 천근같은 몸이 초긴장 되어 벌떡 세상은 얼어 붙고 무뇌의 시간이 엄습한다 부모님도 하나님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직 혼자만의 두 시간 고향 달거울에 비춰 보려는 어머님 멀굴 애써 내 .. 낙서장 2017.01.25
설화 블로그에 매화를 누군가가 올려 놓은 것을 보았다 옛 조상님들께서 유난히 좋아하셨던 매화이다 엄동설한에도 기개를 꿋꿋히 하고 꽃을 피워 향기를 펼쳐 놓을 뿐만 아니라 벌 나비들 겨울 동안 배고프지 않게 일찍 나와 꿀을 제공하는 배려심을 가진 꽃으로 맨 먼저 작고 앙징스.. 낙서장 2017.01.21
동행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당신과 나의 길이 전혀 알 수 없는 하늘 나비가 구름 날갯짓으로 별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혜성 긴 꼬리는 그물 망속에서 두 마리 물고기를 건졌다 빨갛 파랑 쪽두리 간짓대는 하얀 하늘천을 뚫었다 바닷가 옥돌 금성 화성 목성 흐르며 이야기하고 쓸리며 .. 시 글 2017.01.19
빈 자리 예배를 보러가면 반가운 일이 있다 늘 비어 놓은 자리가 있다 내가 들어가서 앉는 자리이다 나도 앉으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나오지 못한 분이 계시나 무의식 중에 살핀다 혹 아프시지는 않았는지 어려운 일이나 생기지 않으셨는지 별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빈 자리를 바라.. 시 글 2017.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