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짜증내지 마
운전석 오른쪽에 앉아 세상을 배우는 꽃
그럴듯한 폼 균형잡힌 언행
세상은 나를 그리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거죽은 이것 저것 바르고 둘르고 감고 쓰고
코디 말씀따라 이 구색 저 구색
그러나 영락없는 속물임에 다름이 없었다
이건 뭐야 이건 뭐야
자동차 종류 건물 나무 차 가로등 신호등
빨간 불과 정지 파란 불과 진행
위와 아래 큰 것과 작은 것 오른쪽과 왼쪽
자동차 안의 수 많은 기능들
하늘의 해와 달 별 구름 꽃과 나무 이름들
119 불자동차 앰블런스 등에서 나오는 소리
공원의 위치 수우퍼 장난감의 기능 핸드폰 조작
TV 프로그램 주방용품 이름들 할비 방귀 소리까지
셀 수없이 많은 그의 눈 앞에 비친 세상
우린 수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묻는 말에 답해 줘야하는 할비 할미
꽃 앞에 서 있는 우리는 알몸
헛 거죽은 없어야 한다
그 맑은 세상 안에 아니 꽃 앞에
우리는 정직하고 바른 답을해야 한다
이건 할아버지도 이름을 모르니 다음에
꼭 알려 줄께
급히 끼어든 앞 차에게 저저 저 놈 봐라
나는 말 한마디에 부끄럽고 못난 할비가 되었다
할비 기침 소리 하나에 엉엉 우는 그 앞에
어느날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른 할아버지는 운전도 안하시잖아
욱이 할아버지는 건강해서 운전도 하잖아
그리고 욱이가 더 커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더 큰 대~학교 다니고
결혼할 때까지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 있을거야
알았지?
응!!
피곤해서인지 입안이 많이 헐었다
일 주일째 방에서 놀았으니 참 힘도 들었을거다
죽으로 약으로
병원을 찾았다
거의 다 나아 갑니다
항생제 없이 3 일 분만 먹으면 되겠네요
약국에 들렸다
할머니는 같이 안 오셨니?
약사의 말에 귀가 번쩍 생각이 쏟아졌다
할머니 집에 가고 싶어 할머니 보고 싶어
으응 지금은 안돼 약 먹고 나으면 같이 가자
지금 갈꺼야 아니야 지금은 안 되잖아
지금 갈꺼야 지금 갈꺼야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입은 쭈삣 욱실거린다
매 주 두번씩 할머니 집에서 종일 놀고 가던 일이
생각나니 놀고 싶고 보고 싶고 절절한 생각이
울음이 되었다
우리 할머니는 행복해 했다
그 말 듣고 아니할 사람 있으랴
종일 입에 미소가 환하시다
꽃이 던진 멧시지는
늘 참신하고 따끔하다
우린
꽃 앞에서는
늘 별을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