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설화

마음의행로 2017. 1. 21. 10:20

 

블로그에 매화를 누군가가 올려 놓은 것을 보았다

옛 조상님들께서 유난히 좋아하셨던 매화이다

엄동설한에도 기개를 꿋꿋히 하고

꽃을 피워 향기를 펼쳐 놓을 뿐만 아니라

벌 나비들 겨울 동안 배고프지 않게

일찍 나와 꿀을 제공하는 배려심을 가진 꽃으로

맨 먼저 작고 앙징스런 꽃을 피워내기에

좋아들 하셨겠다 유추를 하여 봅니다

다음으로 피는 꽃은 아마도 동백꽃일 겁니다

빨간 입술같은 꽃잎에 싸여 노란 수술을 달고

파란 잎사귀 사이로 고개 들이 밀고

나오는 동백을 보고 있으면

이런 추위에도 보리 잎파리 잘라 된장국 끓이려고

들판 한 복판에 머리에 흰 수건 두루시고

얼굴이 얼어서 빨개서 들어오시는

어머님 얼굴 생각이 나게 되지요

거제의 동백이나 선운사의 동백이 유명해서

그곳 생각도 나기도 하고요

삼월이 되면 노란 꽃술같이 생긴 작은 꽃잎을

수 십개 달고 나오는 산수유가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봄날이니 집에 계시지 말고

모두 봄 마당으로 다 나오세요 라고

환한 웃음을 짓고 나오는 꽃이지요

좀 쉬었다가 사월이 되면 꽃이 막 늘어나서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됩니다

개나리가 첫 번째로, 병아리 노란 입 부리 닮았다고

병아리떼 뿅뿅뿅 봄나들이 갑니다 라고 했겠지요

진달래가 산등성이에 연분홍 치마를 입고 나오면

설레이는 마음 구름을 타게 하고

하얀 신이 되어 꽃잎을 우아하게 펴내는 목련은

사월을 노래하게 됩니다

여기에 라이락이 하늘에 부서진 별을 모아 보라빛에

진한 향으로 고귀함을 드러내고

벚꽃이 피면 가장 가까운 한길 가에 나란히

도열하여 터널을 이루고 남여노소를 무론하고

찬가를 부르게 하는 봄의 절정을 이루게 하는 꽃입니다

오월이 되면

뭐니뭐니 해도 아카시아 꽃이지요

그윽한 향은 몇 키로 밖까지 보내어

님을 불러 들이지요

힌듯 노랗고 노란듯 힌 뭉실뭉실한 꽃 송이는

꼭 포도 송이를 닮았지요

곧 이어 이팝나무 꽃이 피어나는데

꽃과 향이 라이락 닮았고 색은 아카시아를

닮아서 개끗한 이이지에 사랑을 받게 합니다

또 유채꽃은 여인들의 마음을 봄바람과 함께

살랑 살랑 산책하게 만들지요

카메라 셧다 터지는 소리에 자세 가다듬고

우리 함께 우아해지자고 힘을 합하는 꽃이 됩니다

유월이 되면 여름의 시작인데

아무래도 밤꽃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약한 노란색 꽃술을 여러개 길게 달고 나와

저기에서 어떻게 동그란 밤이 생겨나는지

궁금하게 하는 꽃으로 그 진한 향은

유혹의 향수같은 내음을 초여름의 동산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어서

7,8,9,10 월까지 연 이어 피는 들꽂들은 순서에 따라

들과 산에 수를 놓습니다

그런데 설화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이 꽃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세상 어디든지 붙어서 꽃을 피워 냅니다

가지 잎파리 할것 없고 들판 산이나 땅 바닥에도

들어 붙어 백화를 만듭니다

지난 한 해를 깨끗히 다 지워버리라고

하얀 하늘의 꽃으로 선물처럼 내려오는가 봅니다

하늘은 파랗지만 꽃은 희게 피는 것은

힌 바탕에 한 해의 그림을 다시 그려 나가자고

함이 이닐련지

모처럼 서울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눈도 적고 비도 적은 메마른 서울에

넉넉하게 마음 가지시라고

우리 모두 함께 힘내서 새 출발을 하자고

빠짐없이 온 서울에 힌 꽃으로 풍성히 오셨습니다

매화야 내가 오니

네가 더 고매하여 보이는구나

너도 나와 함께

2017년 정유년을 새롭게 출발을 하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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