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낡음과 늙음

마음의행로 2017. 2. 12. 16:27

 

오래전부터 입엤던 옷

색은 좀 바랬으나 깨끗하게 보존되어 진

너를 입고 나설 때

나는 겸손하여 지고 차분하여지고

맘 편해짐을 느낀다

할머니 그 옷을 왜 입으세요

좋은 것 있잖아요

오냐 나는 이게 제일 편하고 좋아

이게 가장 맘에 들어

다른 옷은 내 것이 아닌것 같아서...

그때는 미운 생각도 들었다

일부러 밉고 가난하게 보이실려고

하지 않나 의심도 했었으니까,

여보 그것 말고 또 있잖아

바꾸어 입으면 어떻겠어

아아

3년 전에 샀던 것

아직도 새 것같이 윤이 사라지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입을 참이었다

서울 사람들은 편해서 좋더라

잘입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만

눈치 안보고 편하고 실용적이면 됐다고

입고들 살더라

그게 너무 맘에 들더라고...

지방으로 전근가서 들은 말이다

여자들이 힐끗 한 번씩 훔쳐 본다

왜 남자가 여자 털실 모자를 쓰고 다니니까?

애들 누군가 쓰고 다니겠지 하고 설합 위에

아내가 쩔어 놓아둔 것이었다

전에 쓰다 남은 털실 남은 조각들을 모두 합해서

짜 놓은 것이니 색상도 서로 섞여서 딱이 표현이

어렵지만 괜찮은 무게감도 색 섞임도 모양새도

편해보여서 좋았다

일 주일이 지나도 가져가지 않아서

내가 그냥 쓰고 다닌다

추위에 머리도 따숩고 가볍고 좋았다

단지 가끔 여자분들이 여자 모자 아닌가 하고 보는

눈빛을 느끼기는 했다

10 년을 입어도 1 년 같은 옷

1 년을 입어도 10 년 같은 옷

이런 상품 소개가 있었던 옷이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최근에 다시 입고 다니는데

참 맘에 든다

그때 시절로 돌아간것 같기도 하지만

그 명성이 아직도 살아 있는 느낌이

조금은 남아 있다

겉은 살짝 닳았고 속은 헤어진 곳도 있어

실로 나란히 꿰매어 놓은 안감 부분이

들어 있는 옷이다

유행이 너무 지났다고 지금 스타일이 아니라고

3 년 전에 산 것으로 바꾸어 입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 사람은 내 속을 다 안다

그러면서도 밖으로 내 보낼 땐

옛날처럼 해서 내 보내고 싶은가 보다

알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

이걸 입어야 비로소

내가 된 것같아

편하고 꾸밈없고 색은 좀 바랬으나

기품까지는 아주 떨어지지 않았고

뽐내고 싶지 않고

남의 눈에 잘 뜨이지 않으니

그렇다고 가난 스럽지만은 않는 것 같은

내 몸에 조금은 커졌지만

애착이 남아 있는 옷

오늘 모임에 이걸 골랐다

이걸 입으면

내가 내가 된 것같다

내 조금 낡아진 얼굴 만큼이나

색이 바래고 늙어진 옷

이걸 입을 땐

비로소

나는 내가 되고

한 인간이 된 느낌이다

지금

나와 닮은 옷

나는 그를 닮아간다

낡음과 늙음처럼 비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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