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허수아비

마음의행로 2021. 8. 23. 23:13

ㅡㅡㅡ
허수아비에게는 사람 냄새묻은 죽은 휴대폰이 목에 걸려 있다
가을의 언덕배기는 소솔한 가슴을
바람으로 내어 몬다
하늘 끝으로 달리던 구름이 석양녁
어디쯤에 닻을 내릴까 망설이고
서성이는 청바람은 숨을 고르고 쉬어갈
밤의 숲을 찾고 있다
젊음을 밀어넣어 화폐가 되어 나오던
신화는 누군가의 부름으로 시작되었나?
불혹을 훌 넘어선 녀식들은 헤어짐을 버렸고
목소리는 은근슬쩍 제 힘을 재어본다
일상을 묶은 밧줄은 쇠고랑을 떠나질 않았고
노년에 얻은 아픔을 신의 언어 마냥
예의를 갗추는 의사
허수아비는 여직껏 키워온 아비의 무게를 기꺼이 내려 놓는다
직장을 끌었던 어께, 자식을 키우는 입,
몸을 꿰매는 바늘의 떨림 하나도
하늘의 틈없는 씨날로 엮어 내심이여
아침을 떠난 길이 강을 만나 흐르며
저녁 붉은 노을 쯤에
십자아비는 조용히
당신을 따르는 작은 새가 되려합니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  (0) 2021.10.14
가을 하나  (0) 2021.09.25
사랑의 길이  (0) 2021.07.25
황칠  (0) 2021.06.20
어떤 생  (0) 202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