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서먹해지고 어색해 진다. 버스에서 내리다가 학교 앞 지하도에서 올라오는 그와 마주쳤다. 인사를 한다는 것이 그의 손을 잡아버렸다. 야위고 뼈만 남은듯한 손이 내 손안에 있었다. 강인한 손뼈의 감촉, 야위었지만 그의 손은 거친 연장같았다. 눈으로 반가워 하며 그도 내 손은 꼭 쥐어 주었다. 바로 손은 놓았어야 했는데 손을 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반가움은 사라지고 곧 침묵 속에 놓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놓으면 될 순간을 놓치고 나니 점점 더 손이 의식되었다. 탁 내려 놓자니 어색하고 그렇다고 계속 잡고 가자니 손바닥에 땀이 밸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그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만 했다. 우리는 어정쩡하게 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