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서먹해지고 어색해 진다.
버스에서 내리다가 학교 앞 지하도에서 올라오는 그와 마주쳤다.
인사를 한다는 것이 그의 손을 잡아버렸다.
야위고 뼈만 남은듯한 손이 내 손안에 있었다.
강인한 손뼈의 감촉, 야위었지만 그의 손은 거친 연장같았다.
눈으로 반가워 하며 그도 내 손은 꼭 쥐어 주었다.
바로 손은 놓았어야 했는데 손을 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반가움은 사라지고 곧 침묵 속에 놓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놓으면 될 순간을 놓치고 나니 점점 더 손이 의식되었다.
탁 내려 놓자니 어색하고 그렇다고 계속 잡고 가자니 손바닥에 땀이 밸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그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만 했다. 우리는 어정쩡하게 손을 잡은 채 학교 쪽으로 올라 갔다.
언제 손을 놓아야 할지 계속 신경쓰다 보니 손바닥에 식은 땀이 배어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가시밭길 같더니 나중에 마음이 고요해 졌다.
거리는 소란스러웠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의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신경쓰이던 마음도
눈처럼 녹아 버렸다. 그렇게 그의 손을 잡고 영원히 걸어가고 싶었다.
도로변의 호텔을 지났다. 서점을 지나고 옷가게를 지났다.
우동 냄새가 새어나오는 식당을 지나고 은행나무가 줄서 있는 계단을 오르고
학교 정문이 보이는 큰길 신호등 앞에 설 때까지도 우리는 침묵속에서 손을 잡고 걸었다.
길을 건너고 대 극장이 마주 보이는 곳에 다다를 떄까지도 학교 안은 소란스러웠다.
게시판이나 공중전화나 나무의자마다 학생들이 앉아 있거나 서 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이제 손을 놔도 되겠나? 물었다.
허락을 구하는 말투였다.
나는 그때야 그의 손을 놓았다.
내 어께를 두드려주고 성큼성큼 학교 안으로 그가 먼저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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