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닮아가는 시간

마음의행로 2024. 7. 23. 22:52


가장 안 닮았다던 둘째
그럴수록 틈이 벌어져 갔다

꼿꼿한 자세도 바른 걸음걸이도 바꾸어 보고
이 모양 저 모양 목소리까지
어머니 쪽으로 기울어져만 갔네

누구를 닮아간다는 건
조용한 오솔길 걷기에 몸 맡기는 것

첫 참외 원두막 데이트, 오누이처럼
닮았네 벌써, 망지기 할이버지

갈수록 멀어져 가는 부성은
아내 쪽으로 더 여물어져 가고

삼배옷 입고 가신 날
엎디어 얼굴 한 번 맞대어 보았을 뿐
훗 날
흉내, 속내 꼭 닮은 둘째,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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