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수 없는 발걸음 낯이 반들 반들해진 너 바쁜 출근 길 혹 천국과 지옥에 오르 내리는 길이든 같은 보폭 속도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아니하게 한 계단 한 계단씩 누구에게나 세상 평등함을 죽도록 지키고 있습니다 시 글 2018.10.22
목련나무 아래 목련 나무 아래 당신께 조용히 고개 숙입니다 늘 내 옆에 계시는 당신께 조용히 기도합니다 작은 소망 하나도 접어버리시지 않는 당신께 이 작은 나를 말하고 싶습니다 시 글 2018.06.10
찔레꽃 ♧♧♧♡♡♡ 어머님도 숨고 나도 숨고 오월이 되어 다시 불러봅니다 이때만 되면 단스 화징대 앞에서 바르시던 찔레꽃 분향 세상 어렵게 살던 일 떨궈내고 흰 나비되어 어데론가 다녀오신다는 날 그 오월 찔레가 가슴 무덤에 피었습니다 절대 서러워 마라 세상 어려워 마라 오늘.. 시 글 2018.05.08
장독대 우물가에 있었지 옹기종기 항아리들 손주들 닮았다 큰 손자 작은 손녀 자주 만나 볼 수 없어 장독 안에 숨겨 놓으셨다 날마다 힌 수건 내어 목욕시키고 허리 굽혀 독 안 들여다 보시며 애들아 할미 왔단다 멀고 먼 웃음 지으신다 오늘은 손주 녀석들 오려나 시 글 2018.01.15
발자국 언젠가 남겨둔 발자국 바닷가 그 오목한 추억 자갈은 밤새 울었고 파도는 밤새도록 말렸지요 새파랑게 눈에 멍이 들도록 그리울 땐 그 때는 내가 울 차례 어머님 아버님 이 나이에 불러 봅니다 시 글 2017.11.09
연꽃 꽃잎이 열리기 전 당신은 두 손을 곱게 모으시고 한 없는 자비를 은은히 보여주셨습니다 꽃잎 열때 쯤이면 해맑은 해탈의 얼굴이 되어 자유함을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 마지막 남은 씨방은 열반에 드셔 진신사리가 된 몸을 고이 보여 주셨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바짝 마른 잎과 꺾.. 시 글 2017.08.29
바다여 때론 이야기로 때론 노래가 되어 그림이 되어 사랑이 되어 끝내 내게 다가와 부서지고 마는 바다 너의 파란 설음의 덩이로 내 속내를 다 풀어내 주고 가는 내 어머니 가슴같은 바다여 시 글 2017.08.23
소낙비 맛 맞으러 하면 도시에서 눈치 보이고 발걸음 하나 네 앞에서 다가서기가 어렵구나 하늘 문을 여는 소리에 새벽을 깨워 드드빗 대추나무 잎에 떨어는 너의 소리 우장 쓰고 들에 나가고 쌀 포대 한 쪽 집어 넣어 머리에 쓰고 학교 가던 일 오다가 토란 잎에 모아진 너는 수은같은 은색 .. 시 글 201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