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러 하면 도시에서 눈치 보이고
발걸음 하나 네 앞에서 다가서기가 어렵구나
하늘 문을 여는 소리에 새벽을 깨워
드드빗 대추나무 잎에 떨어는 너의 소리
우장 쓰고 들에 나가고
쌀 포대 한 쪽 집어 넣어 머리에 쓰고
학교 가던 일
오다가 토란 잎에 모아진 너는 수은같은 은색 방울
모처럼 동서 농장에 가서
가지 오이 부추 토마토 대파 상추 서리하다가
널 만났지
실컷 두들겨 맞고 싶어 도망도 않고
옷이 내 살이 되도록 주저 앉아
네 차거운 살 맛을 보고 나니
독감에 걸렸다가 일 주일 만에 살아나서
생기를 되 찾아가는 기운으로
세상 스트레스까지 말끔히 날아가고
가지 오이 부추 토마토 대파 상추
한 상에 올리고 나니
모여 든 식구들
농장 한 구석을 지킨 늦둥이 자두 나무
마지막 붉게 익어낸 속살을
파 먹어낸 까치 자두가
그러네요
소낙비 맛 같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