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소낙비 맛

마음의행로 2017. 7. 29. 12:52

 

맞으러 하면 도시에서 눈치 보이고

발걸음 하나 네 앞에서 다가서기가 어렵구나

하늘 문을 여는 소리에 새벽을 깨워

드드빗 대추나무 잎에 떨어는 너의 소리

우장 쓰고 들에 나가고

쌀 포대 한 쪽 집어 넣어 머리에 쓰고

학교 가던 일

오다가 토란 잎에 모아진 너는 수은같은 은색 방울

모처럼 동서 농장에 가서

가지 오이 부추 토마토 대파 상추 서리하다가

널 만났지

실컷 두들겨 맞고 싶어 도망도 않고

옷이 내 살이 되도록 주저 앉아

네 차거운 살 맛을 보고 나니

독감에 걸렸다가 일 주일 만에 살아나서

생기를 되 찾아가는 기운으로

세상 스트레스까지 말끔히 날아가고

가지 오이 부추 토마토 대파 상추

한 상에 올리고 나니

모여 든 식구들

농장 한 구석을 지킨 늦둥이 자두 나무

마지막 붉게 익어낸 속살을

파 먹어낸 까치 자두가

그러네요

소낙비 맛 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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