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 뼈에서 칼슘이 빠져 나가듯 살 날 중에서 오늘 하루가 빠져 나갑니다 또 올까? 끝일까? 새벽은 새 날을 모셔 왔습니다 감사해야 할, 사랑해야 할 나는 손을 모아 봅니다 시 글 2017.07.18
열린세상 온 세상 만물이 다 열려 있는 세상입니다 어느 한 사물이라도 다 깨쳐져 있습니다 하늘을 향하여 땅을 향하여 열어 놓고 있습니다 생명을 내 놓기까지 열어 두고 있습니다 바로 자연과 일치할 때 우리는 열리고 깨쳐질 것입니다 이 세상은 높고 낮음이 크고 작음이 하나라도 존재하지 않.. 시 글 2017.06.30
연필을 깎으면서 연필을 깎다 보면 음양이 있습니다 한 면은 잘 깎이고 다른 면은 칼 날이 푸욱 들어가거나 미리 떨어져 나오거나 이쁘게 깎아 쓰려든 마음 떨어져 양 면 다 잘 깎이는 나무로 하면 좋으련만 연필을 똑 바로 세운 정자체 글씨 옆으로 살짝 누인 편안한 글씨 성품에 따라, 잡는 방법.. 시 글 2017.06.26
찔레꽃 당신을 만나는 오뉴월엔 정갈하신 어머니 생각이 나요 처음 구루므 사다가 얼굴에 바르고 그 위에 분 바르고 다독 다독 꼭 꼭 눌러 주시던 날 방안이 당신 분 내음으로 가득했지요 고실한 옷 갈아 입으시고 이십 리 길 장터에 가시며 고무신 걸음이 가벼워지시던 어머님은 본래 길.. 시 글 2017.06.26
그리움의 끝 그리움의 끝은 어디 일까 발 끄트머리 내어 딛고 어디로 갈 줄 모르는 싯귀처럼 널 찾아 헤에이다가 나에게 묶이인 너 헤아려 지지 않고 착하지만도 않는 끝내 내 발걸음 앞에 놓여질 빈터 마지막 사랑했다고 혼자 삭이는 말 그 언저리에 맴돌던 너를 그려보는 시간일까 시 글 2017.05.25
시골엔 없네 시골엔 아이가 없네 살진 송아지 뛰노니는데 냇가엔 송사리 붕어 산에는 진달래 머루 시골엔 노인만 있네 푸르른 산하는 노래하네 늙어버린 땅 잃어버린 땅 시골엔 아이들 소리 없네 앞 산엔 뻐꾸기 울고 사슴 노루 뛰놀고 처마 밑 제비 돌아왔는데 시골엔 아이들이 없네 우물가 .. 시 글 2017.04.25
수정 벌이 사라져 간다 꿀 따러 오는 벌이 없다 차곡히 쌓인 꿀통엔 벌 한마리가 빠져 죽었다 꽃은 아예 벌들을 몸에 문신으로 박아버렸다 벌도 되고 꽃도 되어 스스로 수정케하는 벌꽃이 되었다 시 글 2017.04.17
후배 퇴직 소식에 우린 처음 강에서 만났네 폭도 제법 있고 고기들도 많았다네 두 여름 보내고 강이 갈라졌지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만나야할 바다로 향하고 있었고 먼저 바다로 간 이도 있다오 어서 오소서 세상 풍파 다 겪으신 이여 이제 다 내려 놓고 함께 이곳에서 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 시 글 2017.04.01
약속 야 임마 너희들 어디서 왔어 울타리 넘어서 온 큰 목소리에 나는 깨었다 제법 키가 큰 애 둘이서 양쪽 손을 허리에 손을 엊고 폼을 잡고 시비를 거는 거였다 사실 나는 어릴적 몸이 약해 누구와 싸운다거나 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돼지 감자가 나오는 헛간 옆 도랑에서 감자를.. 시 글 201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