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321

시계를 반대로 돌리다

ㅡㅡㅡ 나는 오늘 가까운 미래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230여 년 전 과거로 들어가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핸들을 브레이크와 악세레이터는 발을 주장했고 과거 현재 미래는 들락날락한 머리 안내는 오르는 길은 원형처럼 되어 왼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좋다고 했으나 과거로 가려고 시계를 반대로 돌렸다 성지는 흘러간 노래처럼 옅은 흔적뿐 읽히거나 잡히지 않아 좀 심심하다 다섯 기의 무덤은 크고 무거워 과거를 찾으려는 상상마저 빼내어 갔다 설교터엔 키가 큰 나무 가지에 산새가 가느다랗고 작은 소리로 숨어서 말씀을 읽곤 달아났다 몸속에 감추고 예배하던 십자가는 최근 꺼내어 묘비 옆에 세워 뜻을 보이게 한다 그것뿐이었나 작은 울림이 들렸다 바위 속에서 나오는 약수 소리다 다가가서 마시려 작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

시 글 2022.03.11

출렁이는 노을 빛 무대

ㅡㅡㅡ 종일 치던 장난들, 고향 놀이에 빠진 시간은 태엽을 감고 밤이면 이불속 귀신 놀이로 뒤집어썼던 옛이야기가 봄의 질량처럼 가볍게 흔들립니다 호기심은 밤낮을 넘어서서 뛰어다니며 줄넘기 선수 넷이서 동시에 뛰면 너의 허리는 능청거렸던 기억 양쪽 손은 하늘로 올리고 땅을 내리치고 선수들 하나씩 빠져나가면 너는 수직의 허리를 세우고서 부피가 커가는 하늘을 쳐다본다 나이 들어 가도 잃어버려지지 않는 유전자는 놀이에서 모험으로 꿈꾸고 삽니다 길의 끝에는 신비한 출렁 물결을 걸어 두고 스릴을 던져 절벽같은 등산을 하고 땅의 맛과 날으는 무대를 하늘에 동시에 짓고는 시인보다는 늦겠지만 뒤지지 않는 호기심은 우주 끝까지 내어 달릴 겁니다 누군가가 호수를 절반으로 나누고 하늘을 쪼개면 어찌 되나 하였을 어른들의 장난..

시 글 2022.02.28

애둘러 말하기

ㅡㅡㅡ 사진은 구글에서 데리고 옴 수사로 어수선해진 동네 만두가게 떡볶이집 커피숍 약국 미장원은 동네 소문 통로이지 잘려나간 머리카락에서 말의 씨를 쓸어 골라낸다 6 개월 전 발랄한 생기를 찰랑이는 생머리가 나타났단다 말은 싹싹 생김새는 선들선들 씀씀이는 숨벅숨벅 광대뼈 약간 부푼 부티에 콧날 오똑하고 호수 날 눈매 요령 있는 입 그녀 얼굴을 짜깁기한 검사 ' 아시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연락 바람 후사 있음 ' 벽에는 그녀 몽타주가 붇어 있다 폭설같이 두절된 소식은 오래도 버틴다 한 밤 중 그림을 꺼낸 심란한 침대 상상의 회리바람이 뜨고 몽타주와 겹쳐 그 속에서 아내가 나온다 왜 밤새 잠을 못 이루는지를 아내가 물었다 고민의 끝은 범인의 몽타주를 앞에 펼쳤다 깜짝 물러난 놀랜 아내 오징어 먹물 같은 목청..

시 글 2022.02.27

8초라는 시간

ㅡㅡㅡ 한 우주가 괴성을 지르며 쓸며간다 소리의 속도는 200km/h 몸은 중심을 잃었고 정지하려는 힘보다 몇 배가 큰 S자 힘으로, 바라보는 뭇별이 피하기에 급급했다 손과 발 눈은 무자격증이 되어 끌고 가는 기계의 종이 되어 가고 있었지요 왼쪽 뇌는 가까운 미래를 점치는가 하면 오른쪽은 부서질 세상의 값을 계산하고 눈은 몇 m 앞 장애를 비켜갈 수 있을지 아니면 어떤 세상에 부딛쳐 막을 내릴 것인지 시계추는 흔들리고 어딘가에 던져야 하는, 생이 마감 할 벽에 이르는 시간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대상은 안 보인다 시커멓게 눈으로 들어오는 멍을 삼켰다 사람은 안 돼 인간이잖아 전봇대가 보였다 그러나 비켜가고 말았다 눈동자는 뇌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체념이란 처음부터 끼어들 틈이 없었고 기계는 굉음으로 무얼..

시 글 2022.02.23

만삭을 기다려요

ㅡㅡㅡ 물때를 아시나요 물떼가 아닌 뜻을 풀면 물의 시간이지요 물이 들어오는 시간 밀물을 뜻합니다 바다가 빵빵해져서 배가 달처럼 불러오는 차오름입니다 갈치 고등어 고래 조기 참치.... 마음껏 먹어 불룩한 배를 자랑하죠 시인은 이때를 맞춰 꿈꾸러 바다로 갑니다 흑연 그늘 뒤에서 숨어 망을 보다가 그물을 쳐 도망가지 못하게 詩魚를 낚을 겁니다 그물망이 찢어져요 너무 크면 작으면 빠져나가고요 싱싱한 것을 추려 하얀 배에 담아 넣어야지요 그리고는 서정시 하이브리드 시 분류해서 배를 갈라 말릴 것과 소금을 뿌려 저장할 것과 바로 식탁에 올릴 것을 나누겠지요 때론 큰 것과 작은 것으로 하기도 하고요 그 외는 바다로 돌려보내면 갈매기가 처리하죠 적게 잡았거나 잘 팔려 양이 부족하면 밤을 기다려 달빛 투망을 던져 은..

시 글 2022.02.20

귀향

도시로 가면 볼게 많을 것 같았다 사람 소리 자동차 소리 나중엔 매연 소리가 코로 들어왔다 가끔 마른 매미 소리가 따라오고 약한 것에는 진딧물이 일기 마련이다 부스럼이 끼더니 진물이 송곳 찔린 소리로 흘러나왔다 도시라지만 왕진 가방 의사가 있는 현재와 과거의 소리가 있는 곳 상처엔 빨간 약과 붕대를 두르고 돌아갔다 내지른 신음 소리가 나를 파고들었다 입 다문 소리는 돌아갔다 돌아오곤 했다 허름한 가방은 다시 오지 않는 나른한 오후 꿈이었는지~ 시골 할머니 산소 언덕을 지키는 벚나무 한 구루가 울고 서 있었다

시 글 2022.02.17

물로 돌아가다

ㅡㅡㅡ 나타난 찬바람 앞에서도 지하철 쇠바퀴 밑에서도 견딜만한 단단한 몸집 그림자 낀 달밤 어느 날 전설 같은 소문이 있었지요 '너에게 예쁜 색시가 찾아들 거라는' 원래 말이란 글에서 연유된 소문이야 기호에 의미를 넣은 것일 뿐 그럼에도 밤새 지진이 일고 통증이 배에서 등으로 왔어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봄처녀 뜨거워진 몸 빛이 내 위에서 뛰어놀았어요 돌아기는 두려움이 일었고 불콰해 지기도 했습니다 추욱 느러지고 물렁해진 몸 잠시 얼었던 꽝꽝한 껍질은 잠간 쉬고 싶은 또 다른 나의 퍼스나 굳은 살 내어놓고 나는 다시 원 모습 물로 이어 가렵니다

시 글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