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시계를 반대로 돌리다

마음의행로 2022. 3. 11. 04:55



ㅡㅡㅡ
나는 오늘 가까운 미래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230여 년 전 과거로 들어가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핸들을
브레이크와 악세레이터는 발을 주장했고
과거 현재 미래는 들락날락한 머리
안내는 오르는 길은 원형처럼 되어 왼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좋다고 했으나
과거로 가려고 시계를 반대로 돌렸다
성지는 흘러간 노래처럼 옅은 흔적뿐
읽히거나 잡히지 않아 좀 심심하다
다섯 기의 무덤은 크고 무거워
과거를 찾으려는 상상마저 빼내어 갔다
설교터엔 키가 큰 나무 가지에 산새가
가느다랗고 작은 소리로 숨어서 말씀을 읽곤 달아났다
몸속에 감추고 예배하던 십자가는 최근 꺼내어 묘비 옆에 세워 뜻을 보이게 한다
그것뿐이었나
작은 울림이 들렸다
바위 속에서 나오는 약수 소리다
다가가서 마시려 작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고 마른 영혼을 잠시 축였다
갑자기
몸이 소용돌이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온 몸을 훑고 돌아서 계곡을 울리고 들판을 세워 한강으로 흘러 조선을 깨우고,
천지창조의 신을 뿌리기 시작하는 다섯 영혼을 보았다
황급히 빠져나와야 한다는 머릿속 암호는
다행히 과거에서 벗어 나오게 했다
머리를 흔들었고
조용히...
천진암 성지에 100년 후 세울 교회터를
주욱 둘러보고 나서 과거에서 다시 가까운
미래로 돌아가고 있는 하루를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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