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7

한강에 발 담구고

둘레길인지 나들길인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알몸 한강이 철철이다 이 강물 마신 지 50여 년 더위를 마시는 물길, 삼키는 숲길은 이십 리 길 맨발의 청춘 필름 한 통 길이 여섯 친구 불러 낸 통화는 둥근 지붕에 간 친구 이별 이야기 그림자를 출장 보내고 나니 섭섭함은 외출을 하고 마냥 좋아하는 발가락 언젠가 제주 출장길 따라나선 옆지기 한라산 오르던 강아지 발보다 날렵하다 평생 가족 지켜 주던 그녀도 그림자 속도가 느려지고 가끔 어둠 파는 이야기를 하곤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발바닥 열기는 내일까지 숨통 열 개가 부채질할 거란다 한강에 담근 발이 숭어처럼 뛸 때 태양을 토해 낸 저녁 보트 하나 물길을 접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3.06.28

바꿔치기 한나절

걸망 매고 판 벌린 한나절로 가는 길 동네 젊은 친구 둘 담배 한 대 물고서 야 사는 것이 친구를 만나는 것인 것 같아 그럼 나는 뭐지 담배 맛만큼 쓰다가도 모를 안정감에 속고 있다는 듯이 비벼 끄고 오후에 비는 쏟아 붓겠단다 먹고 마셔야 산다는 한의학 박사 배 넷 바나나 3 단 당근 두 봉지 브로콜리 두 덩이 비트 한 바구니를 만나러 나절 시장은 살리려는 것들을 바꿔 주고 있다 구름은 살려 비로 바꿔치기 하고 나는 살리려 주스를 갈고 살아 있음을 글로 바꾸고 있구나 바꿔치기 한 나절이다

시 글 2023.06.23

*모슬포에 있었다

떠났다는 말이란 뭘 말하는 건지 사실을 모르겠어 언제나 너는 떠나 있었다 가끔 만나 가평을 말할 때 빼놓고는 개구리 땅 속과 물방울 구름 속 같은 악수하는 순간 사라지고 나면 서로 잊고 사는 시간이 더 컸는데 우리는 친구였어 개망초 피고 백일홍 피고 살구나무 꽃피면 같이 피리를 불었지 네가 시험에 붙었을 때 너는 네가 붙었고 나는 내가 붙었고 같은 대문 열고 다녔던 직장 네 길 내 길 멀리 떨어진 달 같았어 휘파람 불면 떠오르는 달 말이야 네 내는 만나질 못하고 만나자 만나자고만 배부르게 불러댔지 왜 존경한다는 아버지는 어디다 두고 다녔던 거냐 네 딸이 오래 살다 가야 효부가 되는 거 잊었던 게냐 안방 떠나 문간 방 더 작은 방으로 옮겼다며 거리란 참 우스운 것이어서 내 달과 네 달이 떨어진 거리와 네와..

시 글 2022.12.21

선. 후배 문화

미국 출장에서 있었던 아주 작은 이야기이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인원을 안내하시던 노신사 한 분이 계셨다 얼마나 성실하고 성의에 차고 열심이신지 안내란 일은 저리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나라였었다면 좀 조심스럽지만 아마 여성 안내원을 두어 쉽게 처리를 할 부분이 아니었을까?? 자기에게 힘을 보태는 나이 어린 후배에게 그는 나의 친구 aaa 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친구라는 표현이 얼마나 신선하게 들리는지 그가 일하는 모습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말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전혀 이상하지 않고 배움이 그 안에 있구나 라고 순간에 다가 왔지요 군에서 있는 선임과 후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로 주와 종의 관계만큼 멀고 복종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관계와 문화가 비교가 되었습니다 주종의 관계는 군 만의 일이 아니요 ..

혼합글 201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