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모슬포에 있었다

마음의행로 2022. 12. 21. 17:50

떠났다는 말이란 뭘 말하는 건지 사실을 모르겠어
언제나 너는 떠나 있었다
가끔 만나 가평을 말할 때 빼놓고는
개구리 땅 속과 물방울 구름 속 같은
악수하는 순간 사라지고 나면
서로 잊고 사는 시간이 더 컸는데
우리는 친구였어
개망초 피고 백일홍 피고 살구나무 꽃피면 같이 피리를 불었지
네가 시험에 붙었을 때
너는 네가 붙었고 나는 내가 붙었고
같은 대문 열고 다녔던 직장
네 길 내 길 멀리 떨어진 달 같았어
휘파람 불면 떠오르는 달 말이야
네 내는 만나질 못하고 만나자 만나자고만 배부르게 불러댔지
왜 존경한다는 아버지는 어디다 두고 다녔던 거냐 네 딸이
오래 살다 가야 효부가 되는 거
잊었던 게냐
안방 떠나 문간 방 더 작은 방으로 옮겼다며
거리란 참 우스운 것이어서
내 달과 네 달이 떨어진 거리와
네와 내가 떨어져 있는 거리는
왜 그리 똑같을까
공간이란 더 우스운 것이어서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비행기 타고
제주도 모슬포항에 함께 있었지
커피 한 잔 한 모금으로도 가능한 에너지야
위대했던 혼자들
힘 한 번 꾹 참으면 가는 본향
곧 갈게 기다려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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