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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사이

똥그란 둘레 둘이 어떻게 만났지 바람으로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고 꼬집어 보면 서 있던 자리에 지국이 남아 거기에서부터 이었겠네 흔들리지 말자고 그때마다 집어넣기로 했나 스치든, 밀든, 던지고, 삼켰던, 왜 좋은 하늘땅도 많았잖아요 그럴 때면 소리를 모으기로 저기 좀 봐요 뾰쪽한 삐딱한 반반한 각진 별이 되어 어제를 끌어안고 섰네요 저때는 풍우 시절 더 꽉 껴안고 버티는 것 좀 보세요 오히려 성큼할 때 느슨을 망이 들었다 놓았다 다지는 것 좀 봐 던진 입이 꼬리 눈빛되는 날 흔들렸던 푸른 잎 아니었나 식었다 뜨거위 지는 땀 검게 탔네 많이도 반들반들 아이들 무서울 땐가 봐 키가 웃자랐어요 ㅎㅎ 당신이 가끔 팔짱 끼고 걷자 할 때 숨이 펄펄 이었어 한 주먹을 펴내 보일 때 나는 당신을 확인했지 뭐 멀지도 가..

시 글 2024.07.05

처연한 생각

동아줄이 끊기니 저리 악을 쓰고 눈도 없이 하늘로 쳐들어 먹성을 벌여 생존을 구했을 저 무심한 어린것을 보니 지금 내가 갓난 내 속내를 보는 것 같아 사는 길을 바로 아는 이빨에게서 이제야 입 마르게 깨달으니 내 어미는 참 야속도 하셨겠다 끝날까지 보상 받지 않을 사랑의 입 열지 않고 가심은 어릴 적 젖둥이로 나온 자기 생각이 나서였을까 남성은 모르는 세상 하나를 더 갖고 사는 여성 가끔 남성이 외톨이로 되는 느낌은 너무 당연한 하늘빛 채색 소임이 일찍 종료되는 남성이라는 외곽이 가볍고도 처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살며 생각하며 2024.07.04

오래 된 둔벙

파도는 훔칠 게 바다 층수만큼 많을걸요 깊고 오래 된 숨 쉬면 길게 산대요 숨이 가득할 시간이에요 그물코가 찢어질 물 때를 아시죠 건져 올릴 게 무작정 이거든요 하지만 빠지는 농도엔 위험이 잠겨 있어요 모른 척 살아 있거든요 아직도 덫이 처음엔 돌로 내리쳤어요 오죽했겠습니까 뭍에서는 둔벙집을 지었어요 숨어 들어오는 게 제법이었지요 바다가 둔벙인데 고깃집을 지을 수 있었겠나요 막아야지요 모래는 날아가고 흙은 무너지고 돌 밖에요 바다 끝에 돌성을 쌓기로 했지요 높이를 깨뜨렸어요 묻자 담 높이를 이웃의 숨들이 들락이고 하루치, 두 번의 호흡은 바등거렸죠 어쩌겠어요 죽방렴 저인망은 집게발 계산식이지만 가뿐 허공 숨 말고 비늘 붙은 대로 지느러미 달린 대로 깊게 딱 붙어살기로 했어요 그날그날, 너무 많이 훔치면 ..

시 글 2024.06.27

손을 넣다

손을 넣다 태백산맥이었습니다 한 들린 고개였고 긴 강물이었습니다 오늘 잡은 손 가벼운 바람이었습니다 핏줄 한 톨 어디 섞이지 않은 애착을 숨겨왔는지 가만히 보내고픈 연민을 넣어 본 겁니다 이름 앞에 서면 그녀는 그랬지요 왜 민들레는 도로 민들레가 되는지 이름도 성도 삭힘 당한 채 누구 할머니라고 이름으로 불러 줄 때 나라고 나서야 했던 나 아닌 나 애써 손자의 끈으로 겨우 불려지는, 사돈의 딸이 나만 같아서 내 손이라고 이게 억지를 써 보는 겁니다 어머니라 불러 주는 딸 아닌 유일한 동성 내 손보다 귀해 넣어 본 겁니다 보세요 잠길듯 열리고 열릴듯 잠기는 끊기지 않은 우화 이제야 나를 벗게 되는 날 이 빈 바람 한 점, 넣어 보는 겁니다

시 글 2024.06.16

바뀐 이름

맹수를 피해 낙타가 사막으로 들어가듯 앤텔로프로 이주해 온 불안은 아예 몸을 바꿀 생각에 줄기를 여러 갈래 가지로, 가지를 휘어 숨을 집을 지었다 혹 이름을 가지고 있니 어느 날 저벅저벅 황색 그러니까 머리에 새의 깃털을 꼽은 인디언과 마주쳤을 때 되살아난 아찔한 피난의 악몽이 욱신거렸다 소리가 가만히 다가가 네 이름을 '별이 부서진 지붕'이라 부르고 싶어 별 밖에 보이지 않으니 ......... 내 이름은 '가시덤불'이야 민망과 어색이 지나간 것은 순한 눈망울이 새 이름을 불러주고 난 후부터였다 새 바람이 일었고 계곡은 다시 흘렀다 해와 달은 '별이 부서진 지붕'을 바꿔가며 찾아왔다

시 글 2024.06.12

두 후배에게

청춘이 뛰놀던 과거들이 쭈꾸미 옷을 입고 미래에서 현재로 이동을 한 천호가 사는 동네로 잠시 이사를 왔다 가네요 과거가 지금이 되는 달콤한 언어들 빠진 살 만큼이나 도망가버린 매미의 시간 만치 짪은 강물의 시간들, 공장도 예전 신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민들레 씨앗처럼 갈래갈래 되어 간다는 기상대의 발표는 외출 나온 삼색의 머리카락에 윤기를 빼어 냅니다 지하철 숨구멍으로 방향을 튼 가는 길 위에 고맙다는 씨앗을 날개에 실어 보냅니다 묻지 않아도 되는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가을 시즌을 넉넉히 보내시길 빕니다 오늘 두 분 너무 고맙습니다

살며 생각하며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