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209

인사

ㅡㅡㅡ 그 옛날 우리는 담 넘어로 인사를 하고 살았지요 안녕하세요 꾸벅 네 평안 하시죠 꾸벅 얼마 전 아파트 현관 문을 똑 똑 똑 누구세요? 아 네 옆집입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뭘 좀 여쭈어 보려고요 지금은 얼굴없는 다 수가 때와 장소에 상관치 않고 허락도 없이 남의 눈 앞에 나타납니다 삐리릭 삐리릭(메시지 받으세요) 이런 황당한 시대를 살아가자면 밖으로부터 침입자를 걸러내는 능력이 필요하지요 판단을 잘 하고 살면 기본이요 잘못하면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위험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네요 다음 세대는 어떤 인사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른지? 입이 바짝 마릅니다

혼합글 2021.02.03

하늘의 선물

ㅡㅡㅡ 올 들어서 첫 눈입니다 공원을 한 바퀴 주욱 돌고 나니 움추렸던 생각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옷을 두텁게 입고 나와서 벤치에 앉아 계시는 분 이때다 하고 눈 설매 가지고 나와서 공원 언덕에서 아래로 눈 썰매를 즐기는 어린이들 그들만의 눈 속 겨울을 즐기는 근처 아이들의 비밀이지요 눈 바람에 바짝 엎드려 겨울과 싸우는 잔듸 모습이 인간보다 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핸폰 사진 작동이 되지를 않아서 옷 속에 따습게 녹였다가 찍곤 했습니다 눈을 사랑하시는 분들께서 얼마나 많이 나오셨는지 공원이 가득했습니다 어릴적 목화 송이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눈 송이 나무가 생각치 않게 기분을 밝게 하여 주었지요 자기 발자욱을 남기려는 분들 눈에 누워서 사진을 찍는 여인들 가장 좋은 모습은 ..

혼합글 2021.01.07

이사

ㅡㅡㅡ 전화가 왔다 아버님 아파트 배관이 결국 크게 터졌나 봐요 5층에서 1층까지 물이 새서 난리가 났어요 우선 조치를 취했습니다 각 층별 수리 조치도 해 놓았고요 이번 기회에 전체를 다 뜯고 수리를 하려고 합니다 한 20 여일 소요가 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집을 얻기도 힘들고 한데 아버님 집에서 같이 있으면 어떨까 해서요 요즘 오래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재 건축과 결합되면 정말 난감하다 큰 방을 하나 치웠다 간단한 입을 옷가지만 챙겨 가지고 사위네가 임시 이사를 왔다 언젠가 딸이 말했었다 큰 아파트 하나 사서 부모님 모시고 같이 살면 좋겠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이 똑 같다 그럴 생각 전혀 없다 혹시라도 옥탑방을 얻어서 살더래도 그리는 안한다 뚝 잘랐다 일 주일에 한 번씩 와서 놀고 가는 손자..

혼합글 2020.12.07

그들의 대화

ㅡㅡㅡ 올해도 왕언니 먼저 내려오셨네요 그래 내가 추위에 약하지 않니 게다가 장마가 길어서 햇빛이 부족하니 길고 넓은 얼굴이 확 펴지를 못했단다 겉은 우유빛 같으나 속은 거무티티 하잖니 그나저나 둘째 언니는 올핸 왜 안오셨을까 봄엔 벚꽃으로 인심 꽉 붙들고 가을엔 빨갛고 검은 대비색으로 제일 예쁜데 올해는 공달이 들어 있어서 두째도 시절 맞추기가 쉽잖은 모양이더라 초등학교 근처에 살고 있어 먼 발치로 보곤했는데 그 언니가 있어야 우리 4남매 떼깔이 확 펴는데 한 구석이 훵하니 빈것 같네 넌 노랑색으로 여전히 아파트 한쪽을 꽥 잡고 있더구나 근데다가 검은 그랜저 위에 노랑 나비처럼 앉잖는데 너무예뻐 지나가는 아저씨가 차를 멈추더니 핸폰으로 너희 친구들을 찍더구나 근데 네 친구들은 알을 많이 나아서 땅에 내..

혼합글 2020.11.23

숨쉬는 공원

ㅡㅡㅡㅡㅡ 매일 가는 길도 색다른데 오랜만에 공원을 가니 가을이 가려고 한다 입었던 적삼도 치마도 색갈이 바뀌었다 나설 때 늘 설렘이 있다 내 눈 안으로 어떤 애들이 들어 올까 어떻게 마중 나올까 어떤 미소를 지을까 어떻게 반길까 첫 인사는 무슨 말로 걸을까 떠날 때 인사하는 모습도 참 기억에 남게 상냥하게 합니다 내년에도 뵈어요 안녕히 가세요(마지막 잎새가) 인상적이었던 사진을 찾았다 바로 'ME' 이다 벌써 15년은 넘은 이야기 이다 눈이 왔을 때 찍었던 기억이 난다 글씨가 하얗게 찍혔었다 이 글자를 찾으신 분이 계시면 제가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연락 주세요 비밀 찾기 입니다 아마도 저 밖에 모를것 같습니다 ㅎㅎ 공원의 휴식은 늘 아름답다

혼합글 2020.11.05

ㅡㅡㅡ 의사에게 물어 약을 털어 입에 넣습니다 내 몸은 무슨 약인지도 모릅니다 또 넣습니다 어디가 좋아졌느냐고 내 몸 어디에게도 묻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어떻게 좋아졌다고 말해 줍니다 또 넣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죽어 갑니다 ㅎㅎ 추신: 내 장기들과 대화를 하면 좋겠습니다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지 잠은 잘 잤는지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 등등 아마 그러면 병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의사한테만 쫒아다니시지 말고요 ♡♡♡

혼합글 2020.10.27

세월이 편

ㅡㅡㅡㅡ 몸을 부풀리던 새끼 고릴라가 드디어 애비 고릴라에게 싸움을 청합니다 처음에는 경험 미숙으로 대패를 하고 맙니다 힘도 기술도 연마하여 애비의 권좌에 앉습니다 싸움전 시비 거리를 만들었다 불안하나 물러설 수 없는 애비 상처를 받아야 퇴각을 한다 스스로 때를 알면 좋으련만 획을 긋는 인수인계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인증서다 애비도 새끼도 세월이 자기 편이었다

혼합글 20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