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이사

마음의행로 2020. 12. 7. 07:07

ㅡㅡㅡ
전화가 왔다
아버님 아파트 배관이 결국 크게
터졌나 봐요
5층에서 1층까지 물이 새서 난리가 났어요
우선 조치를 취했습니다
각 층별 수리 조치도 해 놓았고요
이번 기회에 전체를 다 뜯고 수리를
하려고 합니다
한 20 여일 소요가 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집을 얻기도 힘들고 한데
아버님 집에서 같이 있으면 어떨까 해서요
요즘 오래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재 건축과 결합되면 정말 난감하다
큰 방을 하나 치웠다
간단한 입을 옷가지만 챙겨 가지고
사위네가 임시 이사를 왔다
언젠가 딸이 말했었다
큰 아파트 하나 사서 부모님 모시고
같이 살면 좋겠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이 똑 같다
그럴 생각 전혀 없다
혹시라도 옥탑방을 얻어서 살더래도
그리는 안한다
뚝 잘랐다
일 주일에 한 번씩 와서 놀고 가는
손자가 제일 신이 났다
있는 동안 사랑 듬뿍 받고 가게 생겼으니,
벌써 얼굴이 편안하고 얼굴도 뽀송하다
딸 셋이 다시 모여 사니 이야기 꺼리가
많아졌고 집안이 훈훈하고 풍부해 졌다
걱정은 아내이다
다시 큰 일이 늘어났으니 어찌 감당 할지
그럼 이리 와서 함께 지내야지
어서 와
사위 걱정 아니되도록
혼쾌히 답을 주었었다
둘이서 집안을 치우면서 힘을 합해
힘든 표정 하나 내지말고 열심히 해 내자고
다짐을 했다
손자만 보면
정말 힘이 난다고 해야하나 힘을 얻는다고
해야하나
집안이 듬뿍하다 불편함을 넘어선듯 하다
함께 이리 저리 치우고 닦고 돕는다
옛으로 돌아간 가족에 사위와 손자가
늘어났으니 온품스러운 가족에 대한
애정이 듬지다
촛불만 보면 지기 생일이 되는 손자가
오늘도 주인 아닌 주인이 되었다
훅 하고 불을 끄고 케익도 자른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하는 말 속에
아이들 목소리가 그립도록 새롭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감격이 왔다
온 가족이 잠시나마 함께 살게 되어
잃었던 가족을 찾고 추억을 찾고
이야기를 찾고 우애를 찾고 소통에
창구를 찾는 기쁨에
떨어져 살아온 빈뜸 사이가
무명솜으로 메워진듯 온화하다
고향을 찾은듯한 막내 딸 표정이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할아버지 다시 아파트로 가면 할머니 집에
또 올 수 있어요?
손자는 걱정이 조금 되나 보다
걱정 속에는 함께 살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겠느냐는 뜻이 내포 되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뚝 잘랐던 말에 어떤 미련이
안개처럼 피었다 사라진다
아니야
떨어져 살아야 한단다아아아아
메아리가 귓 속을 감돌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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