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그들의 대화

마음의행로 2020. 11. 23. 02:39

ㅡㅡㅡ
올해도 왕언니 먼저 내려오셨네요
그래 내가 추위에 약하지 않니
게다가 장마가 길어서 햇빛이 부족하니
길고 넓은 얼굴이 확 펴지를 못했단다
겉은 우유빛 같으나 속은 거무티티 하잖니
그나저나 둘째 언니는 올핸 왜 안오셨을까
봄엔 벚꽃으로 인심 꽉 붙들고
가을엔 빨갛고 검은 대비색으로 제일 예쁜데
올해는 공달이 들어 있어서 두째도
시절 맞추기가 쉽잖은 모양이더라
초등학교 근처에 살고 있어
먼 발치로 보곤했는데
그 언니가 있어야 우리 4남매 떼깔이
확 펴는데
한 구석이 훵하니 빈것 같네
넌 노랑색으로 여전히 아파트 한쪽을
꽥 잡고 있더구나 근데다가 검은 그랜저
위에 노랑 나비처럼 앉잖는데 너무예뻐
지나가는 아저씨가 차를 멈추더니
핸폰으로 너희 친구들을 찍더구나
근데 네 친구들은 알을 많이 나아서
땅에 내려오니 사람들에게 냄새 풍긴다고
발로 밟히고 욕도 많이 얻어 먹어서
앙상한 몸매가 처량하기도 보이더라
막내 너는 어땟어
올 시절은 장마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좋은 편이었어
언니들이 잘 알잖아
가을만 되면 붉은 색 하나로 사람들
시선 꽉 잡는게 너 아니냐
언니들은 늘 부럽더라
맨 마지막까지 너의 위상을 떨치고
내려 왔으니 오늘 저녁은
네가 한턱 쏘면 어떠겠니?
언니,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잖아
사치에 다 써버려서 속빈 강정이라고
그래도 주머니 든든한 왕언니가
제일 낫지 않아?
그래 그러마 두째가 못와서 섭하지만
내가 쏠테니 저녁 먹기 전에
수다나 실컨 떨다가 같이 가자
어차피 우린 함께 구청 청소차 가마니로
들어갈 신세니 며칠 동안 남은 돈
이웃에 다 뿌러 놓자
그리고 두째 언니 내년에는 함께 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하고
자자자
잔을 치켜들어
이렇게 한 세상 살게 하심에 감사를
드리고
그리고
낙옆 4남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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