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아기 옷 한 벌

마음의행로 2014. 7. 28. 09:26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참 반갑고 고맙기까지 하다.

동네 기운이 살아나고, 새로운 창조물이 살아나온듯 하다.

어쩐지 우리집에 아기가 들어온 것 같고

내가 뭔가를 준비하여야 할 것 같고, 아니 준비 하여주어야 할 것 같다.

먼저 생각나는게 기저귀이다.

들통에 빨아 놓은 기저귀를 비누 박박 묻혀 넣어 부극부글 부북북 소리나도록 끓여

대나무 가지 양쪽에 새끼줄을 매어 달아 바람에 날려 하얗게 말리우던 모습

조그마한 발가락에 신겨 주던 양말을 보면 차마 만져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의 맑은 눈에 비친 세계를 이해하려면 천국에 가서 살아보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눈 코 귀에 들어오는 무수한 새로운 것들

맛과 향과 냄새와 빛과 색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감히 그 앞에 아무 말도 걸기가 쉽지를 않다.

거실 벽 한쪽에 손자 바지와 웃옷 하나를 걸어 놓았다.

일 주일마다 하루는 할머니네 와서 놀고 간다.

오줌도 싸고 똥도 싸고 웃고 뭔가를 노래하고 장난감 같지도 않는 것이

장난감이 되어 재미나게 보내곤 한다.

갈아 입을 옷이 한 벌 여기다가 놓아 두어야 하겠다.

깨끗하게 빨아 걸어 두니 볼 때마다 손자 녀석이 금방 나타날 것도 같다.

어찌나 새롭고 신선하고 생경하기도 한지

아기 옷 한 벌이 집안 분위기를 싸악 바꾸어 놓는다.

거실에 앉을 때마다 크기도 보고 색갈도 보고 

비누 냄새 살작 나는 것 같기도 한 아기  옷,

밤에 자러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만져보기도 하고

그리고 가만히 입혀 본다.

그리고 사진도 찍어 본다. 그리고 벽에 걸어 놓는다.

손자의 냄새와 옹아리가 묻혀 나온다.

다음 화요일에 만남을 기다리면서

오늘 밤은 쉽게 오래 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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