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난 누구일까

마음의행로 2022. 10. 11. 05:04

손자와 시간이다
내방을 찾아와서 할배 그림자를
뒤져보는게 그가 벌이는 재미다
차이가 난다거나
어떤 다른 느낌이 있거나 할 쯤에
그는 하나 씩 물어온다
나는 책을 많이 읽으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답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심심해 진다'고
그가 어디만큼 와 있는지
성장을 알게 한다
욱이는 '누구게'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지면
엄마 아빠 아들, 엄마 아빠도 없어지면,
또 이모도 친구도 다 없어지고 나면 욱이는 누굴까?
나무하고 욱이하고 바위하고 욱이하고
그가 고개를 묻는다 내 쪽에
울고 있다
다 없어진다고 해서
다 없어지면 욱이는 누굴까
몰라
그래 욱이하고 누구하고 누구하고
서로 연결되는 걸 관계라고 해
관계가 좋아야 하겠지
배인 울음이 아직 가시지 않는 욱
그는 정답을 말했다
'몰라'
우린 관계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존재이다
특별히 인간과의 관계
그게 없다면 자연과 관계이겠지만
너무 외로워서 쓸쓸해서 고독해서
곧 죽을 것 아닐까
할머닌 괜한 이야기를 들려 줬다 하고
어머니는 누구나 혼자 될 때가 있는거야
그러니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게 중요해
알았지
손자에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인생사 다 나온 날이었다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크릿 포도  (0) 2021.11.20
땅의 족보  (2) 2021.06.23
산 벚꽃 필 때  (0) 2021.04.07
바톤 텃치  (0) 2021.03.22
할미 XX이 되고 싶은 손자  (0)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