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사랑 받는 할아버지

마음의행로 2016. 7. 4. 13:09

 

아침에 길을 나선다

나서기 전에 해야할 일이 무수하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쥬스를 만드는 일이다

호박 삶은 것 한 쪽

당근 삶은 것 하나

토마토 큰 것 두개 뜨거운 물에 데치고

고구마 삶은 것 반 쪽

견과루 세 스픈

바나나 두 쪽

양배추 삶은 것 조금

딸기 얼린 것 10개

발효액 두 국자

요플레 두 큰술

섞어서 믹서에 갈아서 우유병에

담으면 두 개가 가득 된다

할아버지 쥬스 먹자 라고

손자 녀석이 제일 먼저 나선다

여보 손자 사랑 많이 받고 와

아내의 멋진 인사를 받으며 사랑 받으러

차를 몰고 나선다

딸래미 싣고 어린이 집으로 긴다

바람도 불고 구름도 날리고 거리엔 모두

우리를 반기며 손을 흔든다

나무 잎들 흔드는 것 봐

차로 가운데 있는 꽃밭에 꽃들도 다들 반겨주지

양쪽에 늘어선 고층 아파트들도 정렬하고

인사를 하고 있네

손자가 멋지고 키 크고 잘 생긴 상남자라는

걸 이는가 보지

매일 도열하여 잊지 않고 하는 걸 보면....

123층 롯데 건물 봐

헌병처럼 꼿꼿하게

바짝 긴장해서 서서 거수 경례를 잊지 않고 하잖아

우린 엘스 아파트로 들어간다

어린이 집은 소나무 숲 속에 진달래 함박꽃나무

병꽃나무 산 수국 장미꽃 오월국화 찔레꽃

목련 단풍나무 무궁화 대나무 매화나무 살구나무

벚나무 들이 시기를 따라 꽃을 피운다

아파트 내 오솔길은 도심 속에 있는 산골길 같다

어린이 집에는 나같은 할아버지가 많다

운전 기사도 하고 손자 할아버지도 하고

같이 놀아 주는 사람도 되고

사랑을 주는 사람도 되고

추억을 쌓아 주는 할아버지가 되어 주지만

결국은

손자에게서 사랑을 몽땅 받고 사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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